물류비 따른 수익성 악화 전망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중동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국제유가 및 해상운임과 같은 각종 비용 상승에 직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비용 증가로 직접적인 실적 둔화를 겪은 바 있는데 올해도 지정학적 불안정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10% 이상 치솟으며 배럴 당 70달러 대로 올랐다. 배럴 당 13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보다 1% 넘게 오른 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중동은 전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만큼 국제유가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해상운임 상승 우려도 커졌다.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및 물류의 중심지다. 앞서 2023년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점령하며 해상운임이 급등한 사례가 있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향후 수 주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은 국제유가 및 해상운임 등 비용 상승의 여파를 겪을 전망이다. 가전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석유 기반의 원자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시 제조업은 평균 0.67%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 사업 평균 0.38%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다시 겪을 수 있다. 양사는 대형가전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어 해상운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쓴 물류비는 2조9602억원이며 LG전자는 3조111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71.9%와 16.7% 증가했다. 수익성 타격이 컸던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 감소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스마트폰 및 가전의 현지 판매에서 직접적인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스마트폰·가전 판매법인과 연구개발(R&D)센터를, 이란에는 판매지점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이스라엘에서 가전 판매를 위한 지점을 두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현지 한국인 직원 및 가족들을 주말 사이에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상태다. 현지 법인 및 지점의 업무는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LG전자 이스라엘 판매 지점의 한국인 직원 및 가족들도 대피를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철강 관세에 이어 중동 전쟁까지 겹쳐 기업들의 비용 리스크는 커졌다"며 "비용 관리와 고가 제품군 판매 확대 등의 전략을 통해 비용 영향을 최소화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