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14.4조↑…4월 기준 역대 2번째 증가폭

4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석달째 증가세를 이어가며 전월에 비해 3배 가량 폭증했다. 주택담보대출도 26개월 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2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등에 늘어난 주택 거래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면서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대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모두 늘며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4월 기준 역대 2번째 증가 폭이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한 정책 자금 대출 영향이 컸다는 분석과 함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유보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14일 한은이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조8000억원 늘어난 115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5조6000억원) 이후 최대 폭 증가로 2월(+3조2000억원), 3월(+1조6000억원)에 이은 석달 째 증가를 이어갔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4월 상승 전환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등을 앞둔 8월 9조2000억원 늘며 고점으로 치솟았지만 9월(+5조6000억원)에 이어 10월(+3조8000억원), 11월(+1조9000억원)으로 증가폭을 줄여가다 12월(-4000억원)과 1월(-5000억원) 감소한 바 있다.
지난달 주담대는 91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전달(+2조5000억원)의 1.5배인 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주담대는 지난 2023년 3월 증가 전환 이후 2년 2개월 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타대출은 상여금 유입과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 등의 계절적 요인이 소멸되며 1조원 늘었다.
한은 측은 2월 토허제 해제 영향에 따른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봤다. 2월과 3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각각 6만2000가구와 9만3000가구로 1월(3만3000가구)보다 2~3배 늘었다.
은행들의 4월 기업대출은 14조4000억원 늘어난 1338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3월(-7000억원) 이후 한달 만에 증가세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20년 4월(+27조9000억원) 이후 두 번째다. 전체 월 기준으로는 2000년 5월(+16조원) 이후 가장 큰 증가세다.
대기업 대출은 6조7000억원 증가해 한달 만에 다시 증가했다. 배당금 지급과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계절적 운전자금 수요, 일부 은행의 정책성 시설자금대출 취급 등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7조6000억원 늘며 한 달 만에 확대됐다. 부가세 납부 관련 자금 수요, 미 관세정책 관련 금융지원 등의 영향이다. 정부는 트럼프 관세에 대비해 수출기업에 대한 특화대출, 우량 제조업기업에 대한 금리우대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회사채는 시장금리 하락과 견조한 투자수요 등으로 1조9000억원 순발행했다. 3월(+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CP·단기사채는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발행, 일부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3조7000억원 감소에서 4조6000억원 증가로 순발행 전환됐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반적인투자를 위한 기업 자금 수요가 살아났다고 보기에 조금 이르다”면서 “기업 자금 흐름은 경기 둔화에 대응한 운전자금 수요는 이어지겠지만, 대규모 투자 수요 등이 살아나기 힘들고, 경기 둔화에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 관리 지속에 조달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