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서울대학교 탄핵 찬반 집회에 이어 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 내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자 대학은 외부인 출입에 따른 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투입' 카드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집회·시위가 과격한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학교에서의 경찰 투입이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조치가 학내 표현의 자유를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는 최근 학내 집회에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외부인과 유튜버들이 집회에 참가해 학생들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소음으로 인해 면학 및 연구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실제로 지난 17일 서울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이 꽹과리·부부젤라를 불거나 고성을 주고받자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서울대 관계자는 지난 18일 "학생들의 집회가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 충돌이 예상되는 이런 상황 자체가 그동안 거의 없었는데 (이번 집회로) 외부인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집회를 보장하면서 안전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대학가에서 유튜버들이 욕설을 퍼붓고 집회 참가자 간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대는 이러한 집회가 이어질 경우 학내 경찰 투입을 고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전후로 학내 경찰 투입은 사실상 '금기' 시 되어왔다는 점이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사복을 입은 경찰은 학내 유인물을 뿌리거나 집회를 주도하는 이들에게 최루탄을 뿌리고, 곤봉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대학생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은 바 있다. 이른바 '백골단'으로 불린 사복 경찰관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학생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진 결과, 정부는 1983년 '학원 자율화 조치'로 제적된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19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쳐 경찰은 학교에서 점차 모습을 감췄다.
이후 40여년간 학내 집회 관련 경찰 투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집회가 과격해지는 데 대해 경찰 투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학계는 경찰을 투입할 경우 향후 대학 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에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이찬행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성향과 무관하게 학생들의 학내 집회는 폭력으로 변질되지 않는 한 보장돼야 한다"며 "경찰 투입을 용인할 경우 다른 집회, 다른 성향의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집회의 자유 위축 또는 축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경찰 투입이 관행화하면 아무래도 사회에 대한 대학 청년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론을 통해 생산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학생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학과 강사도 "경찰이 투입되면 표현의 자유에 침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과격한 시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건 맞지만 대학은 경찰 투입 대신 다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사복 경찰로 투입된 이들이 학생들로 위장해 집회의 자유를 빼앗은 아픈 과거가 있기에 경찰 투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미 용인받을 수 없는 역사가 있기에 학내 집회 관련 경찰의 투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