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자격요건·근로계약 조건 아냐···부당해고"

'운전 가능자' 등 채용 우대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해 근로계약을 해지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채용 우대사항이 근로계약 조건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 9월 5일 주식회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강구조물공사 업체인 A사는 지난해 2월 채용공고를 게시하며 우대사항에 '운전 가능자'를 기재했다. 채용공고를 본 B씨는 A사에 지원해 면접 등을 거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A사는 두 달 뒤 B씨에게 '거래처 방문 업무 수행 등에 필요한 운전 능력이 미숙하다'는 사유로 100만원을 지급하며 돌연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B씨는 100만원을 급여라고 보고 수령한 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 측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A사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A사 측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운전능력은 근로계약의 조건이었으며, 수습기간 3개월 내 근로계약 해지를 제안하고 B씨가 이에 동의한 것이므로 근로계약은 합의해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운전가능 여부는 우대사항일 뿐 근로계약 조건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A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용 시 자격요건을 '초대졸 이상, 경력무관'으로 기재하고 있을 뿐, 운전능력에 관해서는 기자하고 있지 않다"며 "운전가능 여부는 우대사항에 불과할 뿐, 근로계약 조건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운전 숙련도가 요구되는 업무였다면 채용공고에 이를 명시하거나 최소한 채용 이전에 그에 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영어 등 다른 능력을 이유로 참가인을 채용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근로계약 합의해지 여부와 관련해 "근로계약 해지 통보 당시 즉각적으로 항의하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 직후 바로 변호사를 통해 상담을 한 뒤 서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며 "B씨는 A사의 근로계약 해지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에 대한 정당한 급여를 수령했다는 사정이 근로계약 합의해지에 동의한 사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가 이뤄지는 경우라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예고수당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인데 B씨의 수령만을 조건으로 근로계약 종료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출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