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 4층 허브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의 젊은이 300여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간간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50~60대로 보였지만 눈빛만은 젊은이의 그것 못지않았다.
'청춘콘서트 2.0 김여진과 청춘패널이 함께하는 Action 토크' 현장. 이날 주제는 청년 실업 문제. 최근 화제를 몰고 다니는 토크콘서트의 대명사답게 객석의 열기는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3인조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공연에 이어 7시40분 사회자 김여진씨가 만삭의 몸을 이끌고 무대에 올랐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조금득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등 패널 3인이 차례로 소개됐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예상했던 대로 박원순 시장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김여진씨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불안정한 가운데 우리 젊은이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박 시장에게 물었다.
박 시장은 "어제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누군가는 '취직은 도박'이라 했고 또 누군가는 이력서를 28번 내서 겨우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며 "20만명이 고시원에서 공무원시험 본다고도 들었는데 이제 젊은이들이 공무원과 대기업에 대한 짝사랑을 끊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취업 대신 사회적기업 창업을 시도했다 실패한 김성진씨가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끝나면 사회적기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에 박 시장은 "최근에 노동부 국장이 사회적기업 5만개와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무슨 군사작전인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꼬집었다.
이후 대화 주제는 취업·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옮아갔다.
김여진씨는 "청년들이 모험을 했을 때 빚더미에 앉아버리는 등 실패의 위험이 너무 크다"며 "안 되면 인생이 끝장날 것 같은 두려움이 젊은이들을 힘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 로마가 전쟁에 패한 장수를 처벌하지 않고 다음 전쟁에 내보낸다는 부분이 있다"며 "한번 져본 사람은 훨씬 신중해지고 지혜로워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할 때 4번 이상 떨어졌는데도 다시 시험을 보러오는 사람은 무조건 뽑으라는 내부원칙을 둔 적이 있다"며 "실패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박 시장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에 박 시장은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검사도 하고 변호사도 하면서 돈도 벌고 권력도 가질 수 있었지만 사람들을 구속하고 그런 일이 싫었다"며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었고 지금 이렇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기죽지 말고 여러분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서울시장으로서 여러분들이 굶어죽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장담했다.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박 시장은 영국 제이미 올리버 학교와 핀란드 실업계 고교를 방문했던 때를 떠올리며 "우리 실업계 고교생들의 꿈이 졸업하고 대학가는 게 돼버렸는데 이는 근저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서울시내 4개 시립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이 직장에 가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가르쳐 100% 취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준비를 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김준행씨의 고백에 박 시장은 "실업수당도 있고 65세 이상 노령수당도 있는데 창업준비수당을 왜 못 주는지 모르겠다"며 "꿈이 확실하고 구체적인 창업계획을 증명한다면 최소한의 생존수당을 지급하고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는 방안을 연구해보겠다"고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