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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초중고 교과, 너무 어렵고 학습량도 많아 재구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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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초중고 교과, 너무 어렵고 학습량도 많아 재구성 필요"
  • 한재갑 교육전문기자
  • 승인 2013.11.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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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재미있게 배운다는 스토리텔링 수학이 오히려 더 어렵다”. "주제별 통합교과로 묶다 보니 중복되거나 억지로 짜 맞춘 내용도 많다". "기술·가정교과와 과학교과의 중복 내용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현장 교사들이 현행 교육과정을 분석해 발표한 내용의 일부이다.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초·중·고 교육과정이 너무 어렵고, 학습량도 많아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 여건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교육계 인사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교육개혁 포럼’ 창립총회를 열고, ‘국가교육과정과 교과 난이도 및 학습량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창립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현직 교사들은 초·중등 교과별 난이도와 학습량 분석에서 교육과정의 잦은 개편으로 교과내용이 ‘뒤죽박죽’인 것은 물론 너무 어렵고 학습량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수·학습 여건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어교과의 김향숙 인천 용현여중 수석교사는 중학교 국어교과서 분석에서 “‘양반전’, ‘박씨전’ 등 고전의 한문투 어법이 생소하고 조선 후기 역사도 배우지 않아 학생들이 어려워한다”며 “난이도 조절과 함께 역사, 사회교과 등과 연계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수학교과의 박성은 경기 고양외고 수석교사는 “학습량은 그대로인데 스토리텔링 때문에 시간이 쫓기고, 수업 중 활용하지 않는 교사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토리텔링은 언어지능이 뛰어난 학생이 유리하고, 수리 지능이 뛰어난 학생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수석교사는 “개미집에 알이 83개가 있었다. 여왕개미가 알을 더 낳았는데 알이 90개보다 적었습니다. 최대 여왕개미는 알을 몇 개 더 낳았는가?”라는 내용을 제시하며 “어른이 읽어도 다시 한 번 읽게 되는 문장이다. 이런 내용이 초등 2학년 1학기 덧셈과 뺄셈에 나오는 문제다”며 “쉽게 재미있게 배운다는 스토리텔링 수학이 오히려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어교과의 강혜정 경기 금릉중 수석교사는 “영어는 내용중심이 아닌 기능중심 교과이기 때문에 어휘나 문법의 수준이 매우 중요한데 학년 내 또는 학년 간 단어의 수준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갑자기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

과학교과의 이원춘 안산성호중 수석교사는 “내용이 너무 많아 수업시간에 교과 내용을 모두 배우기가 벅차다”며 “학생활동중심의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진행의 한계가 있어 교육내용 재구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가정교과의 하형숙 인천 계산여중 수석교사는 “과학교과서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기술·가정과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영양소와 청소년기 성의 발달에 관련된 내용이 제시해 놓은 자료를 보면 거의 같을 정도로 중복되었다”며 “중요한 개념이나 학습요소는 여러 교과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지만, 교과 간 서로 다른 접근을 통해 좀 더 의미 있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 통합교과의 조호제 서울버들초 수석교사는 “초등 사회/도덕, 과학/실과 교과군의 경우 두 교과 총 수업 시수 불일치로 학기 또는 학년단위의 집중이수제 운영이 어려워 본래 의도와 거리 멀다”고 지적했다.

초등교과의 주민철 서울덕암초 수석교사는 “바른생활은 지루하고, 즐거운생활은 난해하며, 슬기로운 생활은 어렵고 분량이 많다”며 “유치원에서 배우는 내용 중복으로 배우고, 주제별 통합교과로 묶다 보니 중복되거나 억지로 짜 맞춘 내용도 많다"고 지적했다.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한국교육과정학회 회장)는 “수차례의 국가교육과정 개정에도 ‘학교 교육의 질이 향상되었는가’하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찾기 어려운 것은 교육과정이 하나의 주기적, 의례적 행사 또는 대선 공약과 같은 특정 집단에 의해 규정된 특정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교총은 ▲현장중심 연구 운동 추진 ▲교육본질 회복 추구 ▲수업·교실 바탕 정책 선도 ▲교직 전문연구직 표방 ▲교육한류 확산 등 새교육개혁 포럼 5대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현장에서 실천운동을 전개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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