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허리띠를 좀더 바짝 졸라매야할 것 같다. 연말을 앞두고 식료품 가격인상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유를 비롯한 유가공품이 줄줄이 오른데 이어 음료와 주류까지 인상 대열에 속속 가세할 채비를 보이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 여름 올랐던 전기요금이 또 다시 올랐다. 불과 넉달 만이다. 한국전력이 지난달 17일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어 평균 10%대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지 보름만이다.
◇전기·도로통행료 등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 오는 5일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4.5% 오른다. 또 에너지 다소비 업체가 전기사용량을 10% 줄이지 않으면 명단이 공개되고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지난 8월 4.9%의 전기료를 올린 뒤 또다시 인상하는 것으로, 한 해 두 번이나 전기요금이 오른 것은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이 남아 있던 1981년 이후 30년 만이다.
전기요금 조정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인상 내용을 발표하면서 인상의 불가피성을 앞세웠다. 올해 8월 4.9% 올려 90.3%로까지 끌어올린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이 LNG, 석탄, 석유 등 발전연료가격 상승에 따라 다시 87.0%로 떨어졌다는 근거다.
원가부담이 늘었으니 전력 다소비 부문, 동계 피크시간대 중심으로 최소 수준의 요금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가격이 자유화된 석유에 비해 정부 통제를 받는 전기요금은 지나치게 싸기 때문에 석유류 소비가 전력 소비로 바뀌는 에너지 소비 왜곡현상이 심화됐다는 점도 지경부의 인상 결행을 서두르게 한 요인이다.
지경부는 그러나 이날 요금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서민부담과 물가영향을 고려해주택용, 전통시장용, 농사용 요금은 동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전력을 많이 쓰고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개선해야할 산업용, 일반용 고압요금을 주로 인상했다는 데에도 주목해 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지난달 28일 도로통행료가 1.8% 올랐고 경기·인천지역의 시내버스 가격이 지난달 26일부터 100원 이상 인상되는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서울시 버스요금 등도 인상이 검토되는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음료 주류 가격인상 쓰나미 = 식음료 및 주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될 태세다. 이미 오비맥주와 라면 등 일부 업체가 제품 가격인상을 선언했고 소주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가격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신라면' 등 라면 판매가격을 평균 6.2% 인상했다.
신라면 포장에 표시되는 권장소비자가격은 730원에서 780원으로 6.8% 올랐다. '안성탕면'은 650원에서 700원으로, '너구리'는 800원에서 850원, '짜파게티'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뛰었다. '사발면'은 750원에서 800원, '둥지냉면'은 14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됐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달 1일 코카콜라 8.6% 등 스프라이트와 조지아 커피 등 18개 제품 가격을 6~9% 올렸다. 국내 1,2위 음료회사가 나란히 콜라와 사이다, 커피음료 등 인기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동아오츠카, 해태음료, 웅진식품 등 다른 음료업체들도 줄줄이 제품 값 인상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롯데칠성은 최근 콜라와 사이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고 9% 올렸다가 열흘 만에 다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칠성은 지난 달 18일 "설탕과 알루미늄캔, 페트병 등 원부자재 가격이 많이 오르고, 인건비·유류비 등이 급등했다"며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1,5ℓ 페트병 기준으로 칠성사이다 7%, 펩시콜라 9%, 게토레이 9%, 칸타타 3.8%(250㎖ 기준), 레쓰비 5.5%(175㎖ 캔) 가량 올린바 있다.
그러나 불과 열흘 만에 가격을 원위치시키는 '해프닝'을 놓고 음료업계에서는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조만간 가격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류 가격도 심상치 않다. 맥주업계 2위 기업인 오비맥주가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조만간 카스와 오비 등 맥주 출고가를 9.6%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이 경우, 카스 500㎖ 병맥주의 출고가는 1021.8원에서 1119.89원으로 오른다. 국세청과 가격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두고 막바지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가 가격인상을 단행할 경우 하이트맥주는 물론 소주나 위스키 등 다른 술도 연쇄적인 가격인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일각에선 올해 연말을 기해 일부 소주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파다한 상황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라면도 연말을 틈타 한자릿수 가격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또 한차례 물가 인상 쓰나미가 점쳐지는 이유다.
◇발효유·가공우유 등 흰우유발 인상 봇물 = 흰우유발 유가공품 인상이 유가공품 전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미 어린아이들이 매일 마시는 우유 가격는 대부분 이달부터 일제히 가격표가 바뀌고 있다.
실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2200원에 판매하던 1ℓ짜리 흰우유 가격을 2350원을 받기 시작했다.
남양유업은 또 지난 10일 부터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소매점에 공급하는 '불가리스' 6종과 '짜먹는 이오' 2종 등 발효유 8종의 공급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불가리스' 150㎖ 제품 4개짜리 1묶음 상품이 3900원에서 4300원으로 10.3% 인상했다.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도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다. 빙그레와 한국야쿠르트의 인기상품도 가격인상이 잇따랐다. 편의점에서 240㎖ 1통에 1100원하던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1200원(9.1% 인상)을 줘야 마실 수 있게 됐다. 한국야쿠르트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도 1200원에서 1300원으로 8.3% 비싸졌다.
이뿐 아니다. 지난 달 24일 우유값을 2300원으로 올렸던 서울우유도 대형마트 판매가격을 2350원으로 재차 상향조정할 움직임이다.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커피음료, 치즈 등의 제품들도 언제든지 가격표가 바뀔 수 있는 가격인상 예비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