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온갖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선수와 상관없이 현역 의원들이 상당수 컷오프(공천배제)되자, 특정 계파 학살과 옛 자유한국당 출신 인사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가열되다가 급기야 통합세력을 ‘성골’, ‘진골’로 비유하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초선이자 최고위원인 김순례 의원은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5·18 폄하 논란으로 경선 없이 컷오프 당하자,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에 대한 컷오프 결정은 혁신을 빙자한 희생수단으로 삼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험지(險地) 출마를 요구하는 공관위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중진급 의원들의 이탈 조짐도 ‘김형오 공관위’를 흔들고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보수 후보간 출혈 경쟁으로 오히려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 안팎에선 공천관리위원회가 특정 계파 출신 예비 후보에게만 국회 밖 ‘호텔 면접’으로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키거나, 공천 신청서도 내지 않은 일부 인사에게 먼저 면접을 청하는 등 대다수 예비후보에게 적용한 엄격한 공천심사 방식과 거리가 먼 잣대로 잡음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일부 안철수계 인사는 공천 신청 지역구와 무관한 다른 지역으로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 안팎에선 공관위가 통합 지분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범중도·보수 통합에 관여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자 오래 전부터 지역구에서 기반을 다져온 기존 당협위원장들이 낙천되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혁신통합추진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서울 송파병에서 단수공천을 받자, 5년여 동안 송파병 지역구에서 활동했던 이종식 예비후보는 공천심사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고 국민경선을 요구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출마를 준비했던 서울 송파을의 경우 당이 추가 공천신청을 접수하자제3의 인물을 전략공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당 내분을 암시하는 파열음도 내고 있다.
김순례 의원은 “지금 세간에는 최근 공관위의 납득하기 어려운 공천 관련하여 지금은 우리 당내에서 사라진 특정 계파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며 “일부 인사의 국회 비공개 면접과 공천서류도 접수하지 않은 사람의 면접 등 공관위의 불공정·특혜 시비도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뿐만 아니라 중도·보수 대통합에 관여한 외부 인사들이 마치 성골·진골인 것 마냥 행세를 하며 어려움을 감수하고 그동안 아스팔트 광장의 집회를 통하여 그 모든 것을 헌신하며 당을 지켜왔던 사람들은 6두품·하호처럼 내쳐지고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하소연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이 통합당에 합류한 국민의당 출신 세력을 성골·진골로 빗대어 불만을 드러내자, 김영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김 의원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최고위원은 “저까지 포함해서 아무도 공천이 진행된 바 없는데, 우리 쪽 사람들이 성골을 우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공관위의 공천에 대해, 어려운 공천을 무리없이 잘하고 있지 않나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마치 공관위가 (특정 사람들을) 우대한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황교안 당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천관리위원회대로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한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모든 것이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결정에 대해서 문제있는 부분들은 다시 검토하는 과정들이 있으니 그런 절차를 밟아갈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 우리 당에서 함께 한 모든 분들에 대해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통합 과정에서 입당한 인사들에 대한 특혜 논란에 대해 “우리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누가 경쟁력있고 스스로가 지역을 잘 관리해왔고 (선거에 출마)할 사람인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특혜를 주기 위해서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