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상반기까지 안정세를 보인 서울 전세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하고,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가 4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의 12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전주에 비해서 0.18% 상승하면서 2015년 11월 이후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서초구(0.16%→0.27%) ▲강남구(0.43%→0.51%) ▲송파구(0.13%→0.30%) ▲강동구(0.10%→0.16%) ▲양천구(0.38%→0.43%) 등이 상승했다.
특히 강남구는 56개월(2015년 4월 13일 기준)만에 가장 큰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세 수요가 증가하다보니 전셋값 상승세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13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는 10월에는 13억5000만~14억5000만원, 11월에는 15억원 선에서 거래됐다. 이달 10일과 14일에는 각각 15억원,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1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평소에도 학군 수요가 많은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최근 6억원을 기록했다.
전세시장 안정세를 보인 상반기(지난 3월) 4억1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상승했다.
공인중개업소들은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 폐지와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등이 강남지역 전셋값을 상승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선 현장에서는 전셋값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주택시장에선 이 같은 전셋값 급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도 전세시장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정부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시가 9억원을 초과한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의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40%에서 20%로 낮췄다.
또 무주택자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면 2년 내 전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주던 주택담보대출도 시가 9억원으로 기준을 높였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뒤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매하거나 2주택자일 경우 대출금을 반납해야 된다.
여기에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금지하고,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일반 소유자의 경우 최대 0.3%,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나 3주택 이상 소유자는 최대 0.8% 올릴 방침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없이 집을 매매할 수 없는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2년 이상 실거주로 강화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올해까지 서울에서 1주택자가 9억원 넘는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의 80%를 감면 받았지만, 내년부터 실제 2년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
양도세 부담에 따른 집주인들의 실거주가 많아지면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재건축 및 재개발 등 정비사업 위축도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로또 청약을 기대하는 대기 수요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