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2의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낙점되면서 재계 순위에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매각 주체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그룹 재건을 도모한다는 방침이지만, 핵심 중의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를 떼어내고 나면 재계순위 28위(2019년 기준)에서 8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중의 핵심 계열사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에는 금호그룹에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외에는 남는 계열사가 거의 없게 된다.
매출액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9조732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 항공이 기록한 매출액이 6조2012억원으로 63.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이 기록한 매출액은 각각 1조3767억원, 4232억원에 불과했다.
또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 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개발 등을 함께 통매각한다는 방침이라, 매각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덩치는 작아지고 그룹 전체 매출에서 70% 이상이 빠지게 된다.
자산 규모도 축소된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 11조4894억원의 60.3%를 차지했다. 금호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 하나만 빠져도 그룹 자산 규모는 4조원대로 쪼그라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 당시 그룹 자산 규모 26조원으로 재계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HDC그룹의 위상은 올라갈 전망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앞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체질개선을 위해 비관련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관광과 레저, 항공을 연계하는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은 본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가격조정 등의 인수과정 절차를 밟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발견되거나 실제가치보다 과대평가된 부분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인수가를 2조4000억원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가격을 높이 설정해놓은 만큼 가격조정을 하면서 비용이 많이 부담될 것이다”이라며 최종 인수까지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운수업과 관련된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황 교수는 “항공운수산업은 일반 산업과는 다르게 전문성과 안전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산업이다”라며 “경험이 없는 산업 인수를 통해 시너지가 얼마나 생겨날 지는 지켜봐야한다. ‘승자의 저주’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도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아야 할 숙제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기의 3분의 2가 빌려 쓰는 것이거나 노후한 것들이라 신형기종 도입 등에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