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업원이 300명 이상인 대‧중견기업에 대해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 중이지만,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주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 300인 이상 기업 200여개(대기업 66개, 중견기업 14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근로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18일까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 및 팩스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주52시간 근로제 적용기업 10곳 중 9곳(91.5%)은 “주52시간 근로제에 적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주52시간제에 적응하고 있다는 기업들도 “근로시간이 빠듯하다(22%)”, “근로시간 유연성이 없다(38%)”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서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별 문제 없다”고 답한 응답률은 40%였다.
주52시간 제도를 적용 중인 300인 이상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은 ▲집중근로 ▲돌발상황 ▲신제품‧기술 개발 등 3가지로 조사됐다.
첫 번째가 ‘집중근로’ 문제다.
특정시기에 근무가 집중되는 문제는 건설업계나 호텔업계 등 집중근무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되는 분야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가 ‘돌발상황’이다.
과거에는 수시로 발생하는 생산라인 고장, 긴급A/S 등 돌발 상황을 대응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담당자의 근로시간이 주52시간을 초과한 경우에 발생한 긴박한 상황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신제품‧기술 개발’이다.
성과지향형(연구‧기술) 직무의 경우, 제품 출시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는 가운데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제품기획과 기술개발이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성과지향형 직무의 경우 근로시간 법 적용을 제외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White Collar Exemption)’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한상의는 “유연근로제는 주52시간 근로제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지만 도입과정의 어려움과 활용상의 제한 때문에 기업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국회와 정부에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유연근로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이며 현행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인가연장근로제 등이 있다.
먼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를 요청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없으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제도로 1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에 맞추면 된다.
상의는 ‘선택근로제’와 ‘재량근로제’의 보완도 요청했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근무하는 제도다.
상의의 조사결과 따르면 ‘선택근로제의 도입‧활용상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현행 1개월인 ‘짧은 단위기간’(56.2%)과 ‘노사합의 필요’(42.2%)가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상의는 재량근로제의 원활한 운영을 제약하는 ‘구체적인 지시금지’ 조항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의 특성상 근로시간, 근로방법 등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하는 제도다.
연구개발, 디자인, 기자, PD 등 분야에 허용돼 있으며 해당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금지된다.
상의 조사결과, 기업들은 ‘재량근로제도 도입과 운영상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업무지시 금지’(50%), ‘대상업무 제한’(43.8%)을 꼽았다.
‘인가연장근로제도’의 경우 자연재해나 재난에 준하는 상황 이외에 개별기업의 긴박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허용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