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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세 국제논의 4년만에 큰 윤곽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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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세 국제논의 4년만에 큰 윤곽 드러나
  • 박경순 기자
  • 승인 2019.10.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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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G20‚ 과세규범 내년까지 마련
▲ 디지털세 대한 합의를 도출한 트럼프 美 대통령(왼쪽)과 마크롱 佛 대통령.(출처=뉴시스)
▲ 디지털세 대한 합의를 도출한 트럼프 美 대통령(왼쪽)과 마크롱 佛 대통령.(출처=뉴시스)

‘구글’(Google)과 같은 거대 정보통신기술(IT) 기업들이 여러 국가에서 무형의 소득을 만들어내면서 100년간 유지돼온 국제 조세 체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는 경제의 디지털화에 따라 불평등 또는 불합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존의 과세체계를 손질하고 나섰다.

지난 2015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논의돼온 디지털세 논의가 4년만에 윤곽을 드러냈다.

국제조세분야에서의 ‘우루과이라운드’(UR)라고도 비유될 수 있는 이 논의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과세 기준을 만들고 다국적기업에 최소한의 과세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디지털산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우리 제조업 기업들도 과세 대상에 오를 확률이 커진 상황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G20은 디지털 경제에서의 새로운 과세권 배분 원칙과 세원 잠식 방지 방안을 내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G20은 현재 세계경제체제를 이끌고 있는 국제기구에 가까운 조직으로, 민주적인 정당성을 지닌다. G20이 큰 방향을 정하면 OECD가 실무작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OECD‧G20이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격적 조세회피'(BEPS, Base Erosion & Profit Shifting) 이행체계에는 130여개국이 참여하면서 국제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OECD는 지난해 발표한 중간보고서에서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물리적 사업장이 없이도 수익을 실현할 수 있고 ▲무형자산 의존도가 높으며 ▲사용자(user)들이 적극적으로 기업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점 등으로 정리했다. 이는 시장이 소재한 지역에 사업장을 두지 않아 그곳에서 발생한 이익에 법인세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IT기업 등에서 무형자산을 저(低)세율국으로 옮겨두는 방식으로 시장소재지의 세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인도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 협의체(G24)에서 여러 제안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이익 배분 기준과 연계점(nexus)을 도입하는 내용의 ‘필러(Pillar)1’과 글로벌 최저한세(a minimum level of effective taxation)를 도입하는 내용의 ‘필러2’가 큰 뼈대로 세워졌다. 이를 원칙으로 살을 붙이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다.

필러1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사용자 참여를 통해 창출된 가치에 과세하는 ‘사용자 참여 접근법’, 브랜드 가치 등 마케팅 무형 자산에 과세하는 ‘마케팅 무형자산 접근법’,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디지털 상호 작용에 과세하는 ‘경제적 실재성 개념 도입’ 등이다.

순서대로 영국, 미국, G24의 제안이 반영된 것이다. 시장 소재지에서의 과세권을 강화하자는 것이 3개 안의 공통점이다.

OECD는 이달 9일 이를 반영한 ‘통합접근법’(Unified Approach)을 제안했고, 회원국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적용범위다. OECD는 디지털 기업 외에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광범위하게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기업 위주의 과세는 사실상 미국 기업들을 타깃(target)으로 한다는 미국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다.

이렇게 되면 IT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와 상호 작용하는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 제조업까지도 과세 대상에 들어온다. 삼성전자나 LG,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도 잠재적인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금융업, 1차 산업, 광업 등 일부 산업은 제외(carve-outs)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원 개발에 집중하는 업종들은 소비자와 접점이 없다는 점에서다.

그중에서도 핀테크 등 디지털 방식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경우에 대한 논의는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과세는 시장 소재지국 내에서의 매출액이 일정 수준을 넘는 다국적 기업으로 한정한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중 유형 자산에서 발생하는 ‘통상 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초과 이익’의 일부를 시장에 나눠주는 방식이다.

배분되는 이익은 결국 전체 시장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필러2는 필러1으로 해결되지 않는 조세 회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정한 비율로 최저한세를 도입해 다국적 기업의 영업이익에 대한 실효세율을 강제로 높이는 방안이다.

해외 자회사 소득이 최저한세 이하로 과세될 때 최저한세율까지의 소득을 모회사 과세소득에 포함하는, 일본의 ‘소득산입규칙’이 통용된다.

최저한세가 15%인데 실제로는 10% 납부하는 데 그쳤다면 나머지 5%를 본사에 청구하는 식이다.

OECD 사무국에선 이 같은 안을 적용했을 때의 세수 효과에 대해 시나리오별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분석 결과는 오는 12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내년 1월 29~30일로 예정돼 있는 IF(Inclusive Framework, OECD·G20 내 BEPS 프로젝트 이행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 총회에서 필러1, 필러2의 기본 골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보고 있다.

논의에 참여하는 135개국 간 최종 합의가 되면 최저한세율이나 통상이익률 등 세부 실무작업이 내년부터 진행되고, 이 내용이 반영된 최종 보고서가 내년 말에 나온다.

2021년부터 구속력을 갖는 다자 조약을 만들기 시작하면 실제 발효‧이행까지는 3~4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예측이다.

단, 소급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편, 기재부는 국세청과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 관련 기업, 회계법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지난 3월부터 만들어 운영 중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급적 해외에서 덜 과세되고, 외국 기업에 대한 과세권은 더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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