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의 화동고갯길을 평탄화하는 사업과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북촌 한옥마을에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 종로구가 정독도서관 일부 부지에 10억원을 들여 대형화장실을 짓겠다고 하자 '주민의 동의 없이 강행하려 한다'며 지역 주민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29일 종로구와 북촌난개발저지주민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종로구는 정독도서관 내 일부 부지에 화장실과 관광안내소 등이 포함된 297㎡ 규모의 단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이 건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설은 화장실이다. 99㎡ 규모로 한번에 6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여성·남성화장실이 조성될 계획이다. 그 외 갤러리와 관광안내소, 주민 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종로구가 관광객을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화장실을 짓겠다는 것도 모자라 주민의 공청회 개최 요구까지 묵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화동고갯길 때와 마찬가지로 화장실 건립 계획을 모르는 주민이 많다"며 "화장실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관광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촌한옥마을은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전통문화와 주거시설을 지켜왔기에 오늘의 관광명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광객을 위한 화장실이 정말 필요하다면 주말에 동주민센터의 화장실을 개방하거나 주변의 게스트하우스와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크고 좋은 시설을 짓는 게 발전인 것 같지만 결국 북촌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이 지역에 관광안내소가 2곳이나 있고 갤러리도 많은데 또 짓겠다고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인데도 구청은 공청회조차 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종로구가 북촌한옥마을의 전통문화를 망치는 패키지식 난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며 "화동고갯길 평탄화와 재동초등학교 지하 주차장 건립, 10억원짜리 화장실 건립 등에 관해 주민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반해 화장실이 없다 보니 음침한 곳에서 소변 등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 계획된 예산은 8억원이었는데 벽돌 같은 것을 좋은 걸로 하다 보니 예산이 조금 더 들어가게 돼 10억원 정도 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의 공청회 요청에 관해서는 "국비와 시비, 구비 매칭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이미 지난해 모든 계획이 확정된 것"이라며 "공청회 대상 사업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이번 화장실 건립은 화동고갯길과 무관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