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파행을 거듭하는 가운데 여야는 30일 현격한 입장차를 재확인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내달 1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를 열고 예산안 심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민주당과의 쟁점 사항은 보류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날 나란히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각자의 입장을 표명했다.
장윤석 의원은 "이젠 헌법이 정한 기간인 내달 2일을 지키는 것을 어렵다. 남은 것은 내달 9일 끝나는 정기국회 일정"이라며 "역산을 해보면 예산 심사를 불가피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서 야당의 정치적 주장은 할 수 있지만 이것을 내년도 예산안과 결부시켜서 정치적으로 해 오는 것은 바꿔 줬으면 좋겠다"며 "민주당도 국민의 민생에 직결되는 예산 심사를 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사과를 해야 한다면 먼저 사과해야 할 부분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라며 "한미 FTA 심사를 못하도록 외교통상위원회 사무실을 한 달 정도 점거하고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의원은 "예산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지난 23일 헌정질서를 문란케 했던 한나라당이 책임질 말, 책임질 행동 이런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 문제는 예결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원내대표 간 대화를 위한 신뢰 차원의 사과였고 그것을 통해서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내 '한미 FTA와 예산안 심사를 따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당 내 실제 분위기는 사과나 책임자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받고 예산안 내지는 국회를 열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덧붙였다.
여야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시한은 물론이고 정기국회 회기 내 심사를 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