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사슬, 해머, 소화기, 자물쇠 절단기, 최루탄…등 해당 물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민주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18대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대치할때 마다 수시로 사용한 기구들이다.
국회는 지난 22일 본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려 국가 신인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의회정치의 한 단면이다.
주요 외신들은 여당이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자 야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을 터뜨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몸싸움 국회의 모습은 여과없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알려졌고, 또 다시 '최루탄 국회'라는 오명을 하나 더 붙였다.
◇2008년 해머·전기톱 국회
18대 국회는 임기 첫 해인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몸싸움을 벌이다 '해머·전기톱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외통위 회의실로 입장한 뒤 문을 걸어 잠그자 민주·민노당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 당직자 150여명은 해머를 동원해 문을 부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은 바리케이트를 뚫기 위해 전기톱과 소화전 호스까지 동원했고, 외통위 회의실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소화기를 분사해 대응했다.
이어 살수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 보좌진과 경위들이 이를 막기 위해 추가로 투입됐다.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충돌해 국회 승강기 옆의 유리창이 박살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2009년 공중부양과 쇠사슬 등장
2009년 1월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미디어법 개정안 상정에 반대, 국회사무총장 집무실 원탁에 올라 발을 굴러 집기를 부숴 '공중부양 의원'이란 우수꽝스런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같은 해 7월 미디어 관련 법안 본회의 처리과정에서는 쇠사슬, 소파, 경첩이 등장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양당 의원 및 보좌진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잇따라 발생했다.
야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에 소파와 집기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쳤고, 쇠사슬과 경첩 등을 이용해 출입문을 봉쇄했다.
또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날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은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2010년 K-1 격투기 국회
2010년 12월 예산안 처리과정에서는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 의원 및 보좌진과 난투극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욕설을 퍼붓는 폭력적인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줬다.
또 민주당 전현희 전 원내대변인은 "국회 기자석이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이 국회 속기사 여직원을 밀쳐 쓰러뜨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비서관 박형민씨가 누군가로부터 얼굴을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국회모습도 여과없이 국민과 해외 언론을 통해 소개돼 폭력 국회, 'K-1 격투기 국회'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폭력 국회 무엇이 문제인가?
정치 전문가들은 폭력 국회가 해년마다 반복되는 이유로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처리를 1차 문제점으로 꼽았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회 몸싸움 과정에서 해머와 최루탄이 등장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권이 효율성만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밀어붙이자 야당쪽에서도 더욱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국회 몸싸움의 1차 책임은 여당에게 있다"며 "퇴로를 열어 주고 밀어붙였다면 몸싸움은 발생하지 않는다. 퇴로를 안 열어주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