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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권혁세, '부자증세 반대'…"세금 낮추면 더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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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권혁세, '부자증세 반대'…"세금 낮추면 더 거둘 수 있다"
  • 김지성 기자
  • 승인 2011.11.29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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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세 금융감독원이 28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열린 '제1회 금융인과 함께 하는 캠퍼스 금융토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없애고 나가는(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개인적으로 상속·증여세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열린 '제1회 금융인과 함께 하는 캠퍼스 금융토크'에서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말하는 '버핏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상속·증여세를 낮춰야) 부를 상속해 이전하거나 창업을 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권 원장은 "대기업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면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기업가들의) 이윤창출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을 이었다. 아울러 "세금을 낮추면 (오히려)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다"면서 "국회와 정치권, 기획재정부에서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부유층 대상 세금 증세를 의미하는 '버핏세'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이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및 여당 쇄신파 등 정치권에서 세를 얻고 있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문제의 검토 요구" 등의 최근 흐름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특히 권 원장의 세금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자들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금을 낮추면 세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구간이 있다"는 래퍼곡선을 이론적 근거로 한 세수정책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래퍼곡선'으로 지난 1986년 미국의 레이건행정부가 세제개혁의 기본 골격으로 삼았던 이론으로, 미국의 재정학자인 아서B 래퍼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주장했다.

또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 강만수 당시 재무부 세제실장이 '세제개혁안'의 기본틀로 삼았던 이론이다. 당시 정부는 세제개혁안에 따라 지난 1996년부터 소득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율을 10~5%씩 내렸다. 법인세율도 25%의 단일세율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세안은 미국의 경우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실패였다는 평가가 이미 내려졌다. 미국 재정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세금정책이라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래퍼곡선의 한계가 적정세율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설정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계량적으로 풀기는 불가능하고, 정책당국자 등의 감으로만 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세율인하가 경제의 생산능력을 확충해 조세수입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증적인 분석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한계도 지적된다.

무엇보다 래퍼곡선의 전제는 조세회피 없이 모든 납세자의 성실납세, 즉 투명조세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실정은 이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우리나라는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꽤 많은 부자라고 해야 낸다. (우리나라는) 조세회피 심리가 특히 강하다"고 말했다. 즉 상속·증여세율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해도 납세의식의 차이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권 원장은 "월가의 시위 등으로 불거진 금융사들의 탐욕을 어떻게 보는냐"에 대한 질문에는 " 한국도 월가와 비슷한 행태의 시위가 있었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면서 "금융은 실물경제 활동에 적절한 공급이 돼야 하는데, 과도하게 공급돼 버블이 생기고 부작용이 생겼다. 금융당국이 이제는 자유방임으로 놔둬서는 안 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세금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인식과는 반대지점에 있는 '규제 강화'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금융감독기구 수장으로서 복잡한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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