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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수사권 조정안에 뿔난 경찰들 "검찰 꼼수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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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수사권 조정안에 뿔난 경찰들 "검찰 꼼수에 당했다"
  • 박대로 기자
  • 승인 2011.11.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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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강제조정안에 대해 반발하며 25일 오후 충북 청원군 강내면 충청풋살공원에 모인 전국 각지의 경찰이 회의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검찰에 유리한 검경 수사권 강제조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성난 일선경찰들이 한 데 모여 토론회를 열고 불만을 토로했다.

25일 오후 충북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 충청풋살체육공원은 속속 도착하는 현직 경찰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표정이 밝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관련 대통령령 강제조정안이 경찰의 내사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중요 내사사건의 경우 경찰이 검찰통제를 받도록 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참석자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굳어있었다. 토론회 장소인 식당 주변에는 참석자들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검사 말 한마디면 무용지물 되는 수갑, 녹여서 사회기부합시다' '형사에겐 족쇄를, 검사에겐 백지수표를' '근조 대한민국 강력반' '검찰공화국 개혁한다더니 검찰제국으로 승격' '조정안 전부 수용하겠다 비리검사만 수사하게 해 달라'….

차고 있던 수갑을 꺼내 한곳에 모은 참석자들은 식당에 모여 앉기 시작했다. 30여명이었던 참석자 수는 곧 70여명으로 늘어났다.

잠시 식당 밖으로 나온 이장표 청주 흥덕경찰서 경위는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는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이었는데 대통령령 탓에 경찰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판국"이라며 "일선 경찰들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 위해 이렇게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개회가 임박하자 주최 측은 토론회를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토론회 내용이 혹여 전체 경찰의 의견으로 해석될까 부담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한 경찰들은 본격적으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 50대 경찰관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50여년이 지난 올해 9월에야 처음으로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얻었는데 대통령령 강제조정안이 수사개시권을 다시 검찰에 갖다 바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해달라는 게 애초의 요구사항이었는데 검찰이 꼼수를 쓰는 바람에 달라진 게 없다"며 "오히려 경찰이 더 강한 족쇄를 차는 신세가 됐다"고 한탄했다.

결국 검찰의 뜻대로 강제조정안이 통과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됐다. "대통령령이 결국 수정 없이 통과될 것" "조현오 청장도 결국엔 강제조정안을 수용하게 될 것" 등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자 강경파들이 즉각 반발했다.

"이제 와서 숨길 게 뭐 있나. 솔직하게 밥그릇 달라고 질러버리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지렁이 10만마리가 꿈틀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 "왜 수갑만 반납하나. 1인시위도 하고 연가투쟁도 하자" 등 강성 발언이 이어졌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종 분석과 대안도 제시됐다.

한 형사는 "국회가 만든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취지를 행정부가 대통령령을 통해 뒤집은 셈"이라며 "이번 사태가 검찰권력을 견제하려는 정치권의 자신감을 긁었다는 점에서 향후 분위기가 경찰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솔직히 시민들은 기소독점이나 기소편의주의 같은 개념을 잘 모른다"며 "검찰의 권력독점을 더 부각시켜서 결국에는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리는 한편 시민들의 협조도 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참석자들은 검사 수사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하며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은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 결과를 조현오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 전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현직 경찰과 경찰 관련 인사, 시민의 서명을 받아 총리실 조정안 수정과 형소법 개정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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