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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의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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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의늪
  • 우리방송뉴스
  • 승인 2013.02.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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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여성인력을 많이 고용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안현호 한국무역협회부회장은 6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100세 시대의 산업변화-일본에서 배운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은 민영통신사 '뉴시스'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하고 국민연금공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후원해 마련됐으며, 이종승 뉴시스 회장을 비롯해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산업계 주요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오제세 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100세 시대는 우리에게 축복과 동시에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면서 "전형적인 고령화 사회인 일본으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일본보다 여유로운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처럼 고령화로 인한 초장기 경기침체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력한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일본은 현재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한 경제규모는 5배, 국내총생산(GDP)은 2배, 연구개발(R&D)투자규모는 4.6배에 이른다. 일본의 세계 1등 품목은 203개에 달하며,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68개가 일본 기업이다.
안 부회장은 "특히 산업기술 분야에서는 독일과 함께 일본이 최고"라면서 "우리나라는 앞서 나가는 기러기를 따라가듯이 일본을 쫒았지만 산업적으로는 아직 일본과 20년의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리나라와 20년의 격차가 있으니 일본과는 40년의 차이가 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제대국 일본이 현재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저성장, 고실업, 디플레이션, 재정적자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1% 내외로 떨어졌다. 1993년 3위였던 1인당 GDP는 2008년 23위로 하락했으며,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제경쟁력 순위는 1990년 1위에서 2010년 27위로 밀려났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1996년 7.61%에서 2011년 4.52%로 급격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 일본의 경쟁력 약화현상이 뚜렷하다. 리먼 쇼크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진출하는 국가도 기존 중국과 태국에서 한국, 대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 부회장은 "기업의 해외유출은 조립부문뿐만 아니라 일본의 핵심중의 핵심인 소재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소재기업들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한마디로 '멘붕'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경제 침체의 근본원인으로 인구감소와 고령화, 일본 대지진을 꼽았다.

안 부회장은 "일본은 1996년 이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절대인구도 약 20만명이나 감소했다"면서 "일본의 침체는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성숙기, 쇠퇴기를 거치는 산업의 주기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있다. 일본 시스템이 이러한 현상을 효율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화로 인구가 줄면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일본은 지금 악순환의 덫에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부개혁의 실패와 자신감 상실도 경제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일본의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의 국민성 자체도 변화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같은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까?

안 부회장은 "현재 산업주기를 볼 때 우리나라 산업은 정점에 있다"면서 "일본 산업이 정상을 유지한 기간이 10년 정도 됐는데 우리는 이보다 더 짧을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이라는 변수 때문에 그 기간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에서 떨어지는 시점은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일본식 내수침체의 가능성도 높다"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정상률이 2030년에 1%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지금의 일본과 같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안 부회장은 "앞으로 산업정책에서 인력정책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인력 확대는 고용, 복지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정책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1981년 행시 25회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후 2011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줄곧 산업정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산업 정책 전문가'다.

안 부회장은 '사람을 위한 산업 정책을 고민하는 공무원'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통산업발전법 입법과정이다. 그는 후배 공무원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시위를 벌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은 "안 부회장은 사람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이라는 원(圓)을 그렸던 휴머니스트"라고 말한다.

안 부회장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의 산업 변화를 조망한 연구결과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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