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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軍자살사고…인권위 "언어폭력·가혹행위 심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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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軍자살사고…인권위 "언어폭력·가혹행위 심각" 경고
  • 안호균 기자
  • 승인 2012.07.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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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군(軍)내 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병영문화 개선과 장병 인권정책 추진의 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30일 육군 모 전방 사단에서는 한 이등병이 초소 근무 중 소총을 머리에 겨누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이병은 자살 이틀 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선임병들의 언어폭력과 구타, 가혹행위를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사단 헌병대와 군 검찰이 진상을 조사한 결과 A 이병은 부대에 배치된 지난해 4월8일부터 여러 선임병에 의한 집단적인 가혹행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내성적인 성격의 A 이병은 행동이 느리고 말투가 어눌해 부대 전입 후 관심사병으로 분류된 병사였다.

선임병들은 그가 사소한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폭언을 했고 심지어는 '얼차려'를 주거나 구타하기도 했다.

신모 상병은 A 이병이 근무 중 졸았다는 이유로 정강이를 수 차례 걷어차고 '쪼그려 앉기', '팔굽혀펴기' '머리박기' 등의 얼차려를 줬다.

신 상병은 A 이병에게 권투를 하자며 주먹으로 옆구리와 팔 등을 마구 가격하기도 했다.

이모 일병은 선임병들에게 '후임병 관리를 잘하라'는 질책을 당하고 나서 A 이병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는 이른바 '내리갈굼'을 실시했다.

이 일병은 화장실에서 소변 오래보기 게임을 하자고 한 뒤 A 이병이 웃는다는 이유로 무릎으로 허벅지를 가격하기도 했다.

김모 병장은 "너 몸에서 ×같은 냄새가 난다. 좀 씻어라 ××아"라고 하는 등 수 차례 폭언을 했다.

또 중대장과 소초장 등 지휘관들은 A 이병이 'C급 관심사병'임에도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군은 신 상병을 초병상해 및 폭행 혐의로 구속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했다. 다른 8명의 선임병들에게는 영창, 근신, 휴가제한 등의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A 이병의 가족들로부터 진상 규명과 권리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 지원을 위한 법률구제를 요청했다.

인권위는 선임병들에 대해 "군인은 어떤 경우에도 구타·폭언 및 가혹행위 등 사적 제재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 '군인복무규율 15조 1항을 위반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신체의 안전과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부대 관리 부실과 선임병들의 가혹행위가 A 이병의 사망 원인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끼친 책임이 있다"며 "유가족의 권리구제를 위해 국가배상 등 관련 소송을 위한 법률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훈련소에서 구타·가혹행위 시작

지난해 4월29일 해군의 한 신병교육대 소속 B 훈련병은 입소 닷새 만에 부대를 이탈해 인근의 아파트 15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었다.

B 훈련병의 가족들로부터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접수한 인권위는 해당 부대 부대장·교관·조교들의 부대 관리와 훈육 방식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음을 확인했다.

교관들과 조교들은 훈련병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군화발로 걷어차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등의 구타를 가했다.

또 훈련병들이 잡담을 하거나 웃을 경우 20∼30분씩 기합을 줬고, 수시로 훈련병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위압적인 자세로 교육을 시켜 왔다.

취침시간은 평균 3∼4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마실 물이 없어 훈련병들이 화장실 물을 마신 적도 많았다.

세면 시간은 10분으로 제한됐고 이를 초과할 경우 15∼20분 정도 벽에 발을 올리고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하는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인권위는 "신병교육대의 훈육요원들은 훈련병들이 수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압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B 훈련병을 비롯한 동료 훈련병들의 인격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침시간 세면시간 등 일과시간 기준을 위반하고 합리적인 부대관리를 넘어서 자의적으로 부대관리를 함으로써 헌법 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보장되는 훈련병들의 인격권과 휴식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해군참모총장에게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해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특별 진단을 실시하고 훈육요원들에 대해 정기적인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전투형 군대' 육성으로 인권정책 추진 정체

지난 2005년부터 병영문화 개선 활동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군 인권정책이 구체화되면서 군내 자살사고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하지만 자살 사고는 2009년 81명에서 2010년 82명으로, 전체 사망사고는 2009년 113명에서 2010년 129명으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현 정부 들어 전투형 군대 육성 과업이 전면적으로 추진되면서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확립을 위한 정책적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주목 법무법인 다임 대표변호사는 지난달 5일 인권위 주최로 열린 '군 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 발제문에서 "2008년 이후 국방부 차원의 정책적 관심이 전투형 군대 육성 등에 모아지면서 병영문화 개선 활동 및 장병 인권정책 모두 추진 강도가 이전 시기보다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성 변호사는 "2008년 이후 장관 지휘서신 21건 중 병영문화 관련 사항을 다룬 내용은 거의 없다"며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의 지휘서신에서도 병영문화 관련 사항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2009년 이후 '군인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연구가 군내 반발로 활용되지 못하고 병사에 집중된 군 인권정책이 간부 등 군 구성원 전반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권 침해 구제 제도의 구축 등도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장병들은 병영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 유형으로 ▲언어폭력(33.9%) ▲구타·가혹행위(14.3%) ▲사생활 침해(12.0%) ▲차별(11.8%) ▲성추행·성희롱(4.2%) 등을 꼽았다.

2007년 이후 인권위에 접수된 군 관련 405건의 진정사건 중 구타·가혹행위와 언어폭력에 해당된 사건은 223건으로 55.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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