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 자영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신업체인 KT 나 114 번호 등을 사칭해 자신들이 발행하는 전화번호부에 광고를 싣도록 유도한 뒤 돈을 인출하는 모 업체의 횡포에 일부 업주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자영업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KT와 관련된 회사라고 속여 부당하게 광고계약을 체결하거나 1년의 광고기간이 끝난 후에도 광고료를 인출했다가 항의하면 돌려주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초기 광고계약 시 이미 KT와 광고거래를 한 업주에게 전화해 연장계약의 형태로 업주를 혼란스럽게 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업주와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18일 춘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엄모(51)씨는 "KT와 광고거래를 맺고 있던 중 전화가 왔다. 텔레마케터가 연장계약을 하겠느냐고 물어서 나는 하겠다고 했다"며 "나중에 통장내역을 확인해 보니 KT가 아닌 모르는 업체 3곳으로 돈이 인출돼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체에 이 같은 내용을 항의하자 인출된 일부 금액을 돌려줬다"며 "그때 전화로 너무 빠르게 처리를 요구했고 연장계약을 들먹여서 당연히 KT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이와 비슷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광고비를 지불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며 이 같은 사례는 지역에 따라 2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천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3년 전 내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 그때 이 업체와 싸우고 항의해 돈을 다 돌려받았다"면서 "1년 전 식당을 운영하던 우리 매형도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A씨의 매형인 민모(41)씨는 "1년전 KT라고 말하면서 광고를 부탁하길래 한번 내는 것으로 계약 맺었다. 그 후 나중에 통장을 확인해 보니 몇 달 사이 8만5000원이 두번, 그 후 11만원씩 두번 인출된 흔적이 있었고 지난 3월에는 23만원이 인출돼 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3월은 내가 이미 영업을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업체는 내가 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하더니 결국 전산오류가 난 것 같다며 돈을 돌려주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업체는 이처럼 KT와 114라는 익숙한 명칭을 이용해 홍천과 춘천, 양구 등의 영세상인을 집중 공략해 소액의 돈을 조금씩 인출한 뒤 항의하면 돈을 돌려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특히 엄씨는 "자동이체 인출 내역을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일이다"면서 "다른 영업주들도 꼼꼼히 통장내역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KT 한국전화번호부 춘천지점 관계자는 "KT와는 전혀 관계없는 회사며 우리 회사가 광고비를 인출해 간 것으로 잘못 알고 항의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건씩 된다"면서 "전화왔을 때 꼼꼼히 따져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대부분 항의하면 일부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피해인들이 거기서 일을 끝내는 경우가 많아 형사고발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피해를 입은 영업주들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