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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강력범죄 부른다'…경찰, 주폭척결 수사력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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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강력범죄 부른다'…경찰, 주폭척결 수사력집중
  • 안호균 기자
  • 승인 2012.06.02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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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마시고 상습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폭행하거나 관공서·상점에서 소란을 피우는 주취폭력배(주폭·酒暴)에 대해 경찰이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옆 자리의 손님을 때려 숨지게한 강모(55)씨를 폭행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강씨는 그간 술만 마시면 서울 영등포시장 영세 상점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고 금품을 가로채 수차례 입건됐지만 불구속으로 풀려난 뒤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강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술을 마시고 식당에서 소란을 피운 것만 73회에 달했다.

은평경찰서는 지날달 30일 술을 마시고 이웃 주민과 가족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서모(38)씨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서씨는 평소 술만 마시면 습관처럼 폭력을 행사해 이웃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종로경찰서는 1일 술을 마시고 상습적으로 빌라 이웃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행사한 이모(52·여)씨를 여성 주폭으로는 처음으로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달 19일 이웃을 폭행해 형사 입건됐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나자 다시 술에 취해 10여 차례 행패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술을 마신 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가 이처럼 상습적으로 반복되는 이유가 느슨한 법 적용에 있다고 지적한다.

음주 후 폭력, 협박, 업무방해 등으로 형사 입건되도 쉽게 풀려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성 없이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주폭이 구속되거나 실형 선고를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게 된다.

경찰이 지난해 폭행·협박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 중 43.6%가 기각됐다. 폭행·협박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는 술에 취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폭에 대해 영장신청을 해도 판사나 검사가 기각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을 모르는 판·검사가 영장을 기각시키면 직접 맞아보라고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폭이 저지른 행패는 개별 사건으로 보면 피해가 적을지 모르지만 반복됐을 때 피해자들이 느끼는 물질적·정신적 고통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주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것도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폭 문제에 더이상 관대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을 등에 업고 서민을 괴롭히는 폭력배가 조폭(組暴)이라면, 술의 힘을 빌려 서민을 괴롭히는 폭력배는 바로 주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피해자가 대부분 서민층인 살인, 성폭행, 폭력 등 주요 강력범죄의 상당수가 술에 취한 사람들에 의해 발생한다.

지난해 전체 살인 범죄의 37.1%, 강간·추행의 30.6%, 폭력의 35.7%가 주취자에 의해 벌어졌다. 특히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주취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 73.2%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최근 주폭 척결을 선언하고 시내 각 경찰서마다 전담팀을 편성, 일주일 만에 주폭 22명을 전원 구속하는 등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강경 대응하고 있다.

또 시민들이 보복을 우려해 주폭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 적극적인 첩보 입수 등을 통해 찾아가는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경찰은 주폭 중 재범위험자를 선정하고 출소 이후에도 철저히 사후관리해 피해자들을 보복폭행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지날달 21일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권력이 무너지면 법질서가 무너져 서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며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폭"이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술마시고 상습적으로 와서 경찰관에 폭력을 행사하는데 주민들은 오죽하겠냐"며 "주민의 입장에서 피해사례를 찾아 주폭을 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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