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로 지켜지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평화는 평화로 지켜야하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강동균(56) 강정마을 이장은 9일 강정마을을 잠시 떠나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거리강연에 나섰다.
성균관대 전 시간강사 류승완 박사(44)가 지난해 8월부터 하고 있는 거리수업 강사로 초빙됐기 때문이다. 류 박사는 "재단인 삼성과 학교 측의 친일행각 등을 비판했다 배정됐던 강의를 빼앗겼다"며 강의권 회복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 이장은 제주도민이 국가 안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동의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수반되지 않는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이장은 "50여년간 제주도에서 살았지만 국제분쟁은 한번도 없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열강들이 제주도를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통일이 되면 밥줄이 끊어지게 될 사람들이 군사시설 등 갈등조장요소를 만드는데 열심이다"고 주장했다.
또 "국책사업은 반드시 민심이 바탕이 되야하고 민주주의는 절차를 지켜야 한다"면서 "1009명 중 87명이 박수쳐서 찬성하면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일명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씨도 지정토론에 나서 "해군기지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대중국 공세 기지로 긴장을 높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수업을 계획한 류 박사는 이날 잠시 사회를 맡은 것 외에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류 박사 지지 콘서트를 연 유학대 학생회장은 학교로부터 징계 경고를 받았다.
류 박사는 "총학생회 학생들이 인사를 하거나 발언하면 학교가 징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류 박사에게 마이크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학생들의 거부에 돌아가기도 했다.
거리수업에는 학생 25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서울 낮 최고온도가 29도까지 올라갔지만 학생들은 열기가 올라오는 대리석 바닥에 스티로폼 깔개 하나를 깔고 앉은 채 1시간 넘게 진행된 수업에 집중했다.
또 정규수업을 위해 캠퍼스를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왔다던 한 학생은 발언을 자청해 "강정마을에 대해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미쳤다고 한다. 학교는 까도 되는데 재단은 까지 말라는 말도 있다"면서 "학교에서 싸우고 제주도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