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럽의 전통요리 중 하나인 '퐁듀(fondue)'를 먹는 방법에서 착안해 용액 속에서 대칭이 깨진(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질병진단, 치료 등 의학 분야나 몸을 가릴 수 있는 투명망토 및 상대방의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기에 맞서는 군사적인 은폐기술(스텔스·stealth) 등에 활용될 수 있어 응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강태욱(37) 서강대 교수팀이 용액 속에서 혼성 나노입자를 합성한 후 금만 선택적으로 과성장시켜 대칭이 깨진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나노과학 및 기술 분야의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달 16일자 온라인에 게재되었다.
강 교수팀은 퐁듀가 한쪽 면에 치즈 등을 묻혀서 먹는 방식인 점에 착안해 먼저 용액 속에서 금과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 나노입자를 각각 하나씩 한 쌍으로 붙여 혼성 나노입자를 합성한 후, 금만 과성장시킨 용액을 찍어서 금속 나노입자의 대칭을 깨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스타이렌이란 열가소성이 있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생활용품, 장난감, 전기전열체, 라디오 등의 케이스와 포장재로 사용된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합성법은 금 이온의 양과 환원제의 종류, 나노입자의 크기 등을 조절해 간단하게 다양한 형태의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자유자재로 합성할 수 있다.
아울러 금과 실리카, 은과 산화철, 금과 산화철 등 다른 조합의 금속 나노입자에도 적용해 각종 다기능 금속 나노입자를 만들 수 있고, 용액 속에서 합성하기 때문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칭이 깨진 금속 나노구조는 투명망토나 군사적으로 중요한 스텔스 기능에 꼭 필요한 메타물질(metamaterials)의 소재가 될 뿐만 아니라, 우수한 광학특성을 이용한 질병의 조기진단과 빛을 이용한 암세포치료 등 의학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물질이다.
여기서 메타물질은 기존의 소재로는 불가능한 특징을 지닌 차세대 소재로, 정보통신기기, 전자제품 등의 초소형화, 고성능화 등 차세대 원천기술 구현이 가능한 소재다.
또 3차원의 대칭이 깨진 금속 나노입자는 입자 주변의 근접한 장(near-field)을 강화하거나 빛의 산란효과와 같은 광학적 성질을 지녀 대칭적 나노입자가 가질 수 없는 유용한 광학적 성질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특별한 광학적 성질은 바이오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메타물질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 응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칭이 깨진 금속 나노구조를 합성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평평한 기판 위에서 복잡한 공정을 거쳤지만, 만들어진 입자 혹은 나노구조의 수가 매우 적어 실용화할 수 없었다.
이에 대량 생산하기 위해 3차원 용액 속에서 합성을 시도해도 합성할 때 생겨나는 작은 핵(nucleus)이 최종 나노입자의 대칭점으로 작용해 대칭점이 없는 비대칭 금속 나노구조를 자연적으로 만들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먹는 '퐁듀'에 착안해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풀지 못했던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 대량 합성에 성공했다"며 "향후 스텔스 기능을 갖는 물질에 응용하거나 질병 진단과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