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11일 한미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니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남측에 경고했다.
북한이 대미관계와 대남관계를 분리하는 기조를 점점 더 뚜렷이 하고 있어 북미대화가 재개된다 해도 경색된 남북관계에는 돌파구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권 국장은 또 최근 북한의 무력시위에 관한 남측의 대응에 막말을 쏟아내면서 앞으로 좋은 기류가 생겨도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것이지 남북 대화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 국장은 특히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 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우리의 자위적 무력건설사업에 대해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 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나아가 청와대가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지난 10일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을 “복닥소동을 피워댄 것”이라고 비꼬며 “청와대의 작태가 남조선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쳐질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정경두 국방장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체면이라도 좀 세워보려고 허튼 망발을 늘어놓는다면 기름으로 붙는 불을 꺼보려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콧집의 북한식 표현)이 글렀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날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뒤 발표돼 더 주목된다.
북한이 미국에는 대화하자고 손짓하면서 남측에는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 압박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남북 평화 기조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남북관계는 반등할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