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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젠트리피케이션 직격탄 “지속되는 임대료 상승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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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젠트리피케이션 직격탄 “지속되는 임대료 상승 못 버텨”
  • 이교엽 기자
  • 승인 2019.07.2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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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건국대·한양대 등 대학가 중심 내몰림 지속돼
▲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 거리.

20여년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이모(62)씨는 최근 장사를 접어야하나 고민 중이다. 

임대료는 오르고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하루 40만원은 벌어야 이윤이 남는데 30만원도 못 버는 날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기엔 부담스럽다. 대학가 특성상 500원만 올라도 손님이 줄기 때문이다.

이씨는 “못 버티고 나가는 상점들도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확실히 주변 상권이 확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방문한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 거리는 관광객을 겨냥한 화장품 가게, 프랜차이즈 등으로 가득했다. 

2호선 이대역부터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화장품 가게만 22개. 학생들이 주로 찾는 저렴한 밥집 등은 뒷골목에 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 있다.

서울 전 지역에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현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특히 대학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토이슈리포트 제8호 ‘어느 동네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가?’에 따르면 ▲마포구 홍익대 인근 ▲광진구 건국대 인근 ▲성동구 한양대 인근 등 유명 대학가가 젠트리피케이션 경계·위험 단계로 분류됐다.

이진희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지표를 ‘초기-주의-경계-위험’ 등 4개 단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경계·위험 단계 비율이 2015~2016년까지 증가하다, 2017년 보합세를 나타냈고 지난해 다시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서울과학기술대) ▲동대문구(경희대) ▲성북구(국민대)를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인됐다.

언론 등에서 위기경보 수위를 높였던 서초구·강남구는 젠트리피케이션 지표상 경계·위험 단계 비율이 점차 감소하거나 타 자치구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동구·종로구·용산구도 상대적으로 경계·위험 단계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상한제 시행, 상권 침체로 인한 공실률 증가 등으로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잦아들고 있는 반면, 대학가는 여전히 위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 임차인들이 내몰리고 비싼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며 주 소비층인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강제로 어떤 상점이 들어서야한다고 법적으로 정해놓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쉽지 않기 때문에 관할 구청에서 지역을 관리해야 한다”며 “상인들과 관할 구청이 협업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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