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산 외의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에 대한 품질성능 테스트에 착수하면서 일본에 대한 소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 국산화 및 중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대한 확보해 놓은 물량을 통해 최장 1분기 정도는 직접적인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기간 일본산 외의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실제 공정에 사용하게 된다면 다소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국산 에칭 가스를 사용하려면 공정 변경과 테스트에 최소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 하락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는 우선적으로 해외의 고순도 식각 가스 수입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액으로 사용되며, 주로 산화막 제거와 금속 오염 제거의 공정에 필요하다.
형석과 황산을 반응시켜 중국에서 제조한 무수불산(순도 99.9%)을 모리타, 스텔라 등 일본 업체에서 물을 첨가하고 정제 과정을 통해 금속 성분을 제거하며 불순물 함량이 ‘0’에 가까운 12N(99.9999999999% 12-nine) 이상의 고순도로 정제한다.
이를 국내 E사와 S사에서 수입해 추가 여과 과정을 거쳐 국내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일본 제품처럼 12N급 고순도는 아니지만, 테스트 과정을 통해 보정을 거치면 반도체 생산에 적용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란 관측 속에 국산 소재 사용 시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순도 불산의 자체 생산을 검토해왔지만 환경규제 문제에 부딪혔고, 중국(빙화그룹) 등의 수급처 다변화는 일본에서 잘 공급 받고 있었기에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다”면서 “2~3년 전부터 국산화 진행해 현재 일부 불화수소를 생산하지만, 일본 업체와의 기술 제휴가 불가피하고, 불산 생산 설비도 모두 일제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화수소 국산화를 위해선 반도체 수율의 급락 우려 및 다양한 제품군의 장기간의 평가 기간 등이 필요해 기존대로 수입해서 사용했던 것이 더 경제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국내 기업과 전후방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협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외 국가에서의 수입선 다변화도 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한일관계 악화 가능성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언급을 기피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발 자국 기업 관련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이 우회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대안으로 언급되던 일본 정부의 수출 통관을 거치지 않을 수 있는 일본기업의 해외공장을 통한 우회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소재의 유통 단계에서 최종 종착지인 ‘엔드 유저(end user)’를 일일이 확인해 한국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해당 공장마다 생산 물량 계획을 갖추고 라인을 돌리고 있는데, 생산량을 늘린다해도 국내 업체의 소비량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정부 안팎에서 제시된 러시아산 고순도 불화수소 등에 대한 샘플이나 정보는 아직 국내 기업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