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디스플레이·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에 대한 강화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국내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면 수출 금지에 해당하는 규제는 아니지만 수출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가 폐지돼 국내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최근 디스플레이·반도체 업계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까지 겹쳐 어려움이 예상된다.
1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강화된 수출 규제는 오는 4일부터 적용된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재료로 꼽힌다.
에칭 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이며, 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로 세 가지 소재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주 내에 이들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한국 수출규제 강화 개정안을 통지할 예정이다.
종래 일본 기업이 이들 3개 품목을 한국 기업에 수출할 경우 절차는 간략했지만, 향후에는 계약 시 마다 허가·심사가 필요한 구조로 전환된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약 90%, 에칭 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는 일본 정부의 규제 추진에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필수 소재 수입까지 어렵게 됐다”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일본 현지 보도가 나오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계 관계자를 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전면적인 수출 제한보다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불편함을 주는 선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며 오히려 국내 업체 제조사 및 소재 업체 중장기 수혜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일본 업체는 경쟁력 상실로 시장 점유율 확대 여력이 없고, 국내 제조사와 소재 업계도 일본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라며 “이번 이슈는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