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변 시세로 분양가를 통제하는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강남·여의도를 중심으로 '후분양제'를 검토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 자금조달이 힘들고 2~3년 뒤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워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비강남' 지역은 후분양제를 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는 후분양제도 일명 '돈 되는 지역'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강남 등 흥행지역은 후분양제로 분양가가 더욱 높아지고, 강북·경기·지방 등 비인기 지역 분양가는 통제되는 양극화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HUG는 지난 5일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최대 10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된다.
주택가격변동률이 하락할 경우 100% 이내에서 심사토록 해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서는 주변 시세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선분양시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아야 분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제도 개선안은 사실상 주변 시세를 넘지 않도록 분양가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에 따라 강남·여의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후분양제를 택하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분양제보다 자금조달이 어렵고 준공 이후 부동산시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건설사나 조합에서는 후분양제를 쉽게 택하기 어렵다.
특히 흥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미분양 우려도 크기 때문에 강남·여의도를 제외한 지역은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비강남권'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만든 비강남연대 관계자는 "미분양 리스크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애매한 지역들은 시공사가 부담을 가지면서까지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럴 경우 선분양제로 갈 텐데 가격 제한이 있으면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그런 지역은 재건축 진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지역별 청약 결과에 따라 건설사 등이 미분양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후분양으로 진행된 경기 용인 'e편한세상용인파크카운티'는 74가구 공급에 69명만 청약해 5가구가 미달됐다.
반면 남은 물량을 후분양 형식으로 모집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는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37대1을 기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성적이 보장된 지역은 후분양제를 한다고 해도 건설사에서 적극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건설사가 위험부담을 가지면서까지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사업에서는 '돈'이 되느냐가 결정기준이기 때문에 비인기 지역은 분양가가 통제되는 선분양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