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에 힘써왔던 이희호 여사가 지난 10일 밤 타계하면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은 바로 다음 날 서거를 애도하는 조전을 보낸 뒤, 김대중평화센터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앞으로 통지문(팩스)을 전송해 조문단 파견을 타진했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6명의 북한 조문단은 사흘 뒤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조문했다.
이들은 빈소에 들른 후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을 만나고, 김대중평화센터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다음 날에는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와 만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도 면담했다.
2박3일 일정을 소화한 북한 조문단은 돌아가는 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조문단 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대남 특사’ 역할도 함께 했던 셈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이 여사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조문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여사는 생전에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김 전 대통령 사후에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힘썼다.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 국면에 놓인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만드는 차원에서 ‘특사’ 형식의 조문단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와 마찬가지로 고위급 인사 위주로 조문단이 구성될 경우, 남북 간 상당히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는 만큼, 조문단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청와대에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이 상당 기간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고, 국장(國葬)으로 엄수됐던 지난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와는 달리 장례 기간이 짧아 조문단이 주요 인사와의 면담 등을 피하고 조문에만 집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