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에 위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운용 방안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이 확인되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 배치를 명분으로 간신히 봉합한 한·중 간 사드 갈등이 언제든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이탈을 막기 위해 주력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신경 써야 할 또하나의 변수가 늘어난 셈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달 21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내 부지 70만㎡에 대한 운용 계획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주한미군이 자신들이 운용할 사드 기지에 대한 설계 방침을 구체적으로 담은 문건이 사업계획서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착수한다.
임시배치이 상태의 사드체계를 정식배치로 전환하는 첫 단추가 사업계획서 제출이다.
문제는 통상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반환경영향평가의 종료 뒤에는 문 대통령이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신히 사드 갈등을 봉인한 이후 갑자기 진행된 주한미군의 사업계획서 제출로 봉인 해제의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 지점이다.
사드 체계의 정식 배치를 전제로 한 일반환경영향평가의 진행만으로도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주 급하게 중국을 방문,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난 것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한중 간 상황 공유 차원보다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설명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더 쏠린다.
주말에 이뤄진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정 실장이 수행을 하지 않은 이유도 불가피하게 본인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청와대는 민감한 상황 속에서의 외교안보 사안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어떤 논의를 했는지 내용은 물론, 정 실장의 중국행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북미가 대화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와 중재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청와대 입장은 물론, 북한의 대화 결심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꼬여가는 셈이다.
미국이 어떤 의도에서 1년 7개월 이상 스스로 미뤄오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선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에 앞서 사업계획서 제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미회담 결렬 상황과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영향론’을 제기하며 한 차례 취소했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도 비슷한 배경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을 자극해 북한을 설득하려는 일종의 간접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