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65시간 열차 여행, 정상회담 결렬, 집권 후 최장기간 외유 등으로 많은 화제를 남겼다.
2019년에 벌어진 사회주의 국가 최고지도자의 열차 대장정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입성 첫 일정으로 북한대사관을 찾아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 마지막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정상이 ‘하노이선언’에 서명하기로 약속한 날 일주일 전부터 막바지 의제 실무협상이 진행되며 ‘접점’을 찾은 것으로 관측됐기에 사상 초유의 정상회담 결렬 사태 충격은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해체를 카드로 사실상 전면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도) 굉장히 큰 것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은 대규모지만 이것만을 해체하는 것은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협상 레버리지를 쉽게 버릴 수 없었다.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를 해야 그것(제재 완화)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북미는 비핵화 협상이 ‘종전선언-핵시설 신고’ 프레임으로 교착상태에 빠지자 ‘영변 핵시설 폐기-제재 완화·해제’ 프레임으로 판을 키웠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이마저 동력을 잃게 됐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은 지 약 11시간 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직접적인 대미 메시지를 던졌다.
리 외무상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는) 조미 사이의 현 신뢰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 타이틀은 2개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공식 친선방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날부터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김 위원장에게 이번 베트남 방문은 정상외교를 하는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더 부각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중국 방문으로 시작된 외부 일정은 모두 ‘비핵화’와 연관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철저하게 분리했다.
물론 두 이벤트 모두 하노이에서 열리긴 했지만, 김 위원장은 현지 동선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에서는 ‘양자 관계’에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모든 분야에서 협조와 교류를 정상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보도했다.
또한 베트남 언론인 VN익스프레스는 김 위원장이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의 면담에서 베트남의 경제 발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의 경험을 전수받을 의향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체제 유지를 위해 ‘개방’보다는 ‘개혁’에 초점을 맞출 거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