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인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모든 매체들이 매일 너댓개 이상의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등 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회담이 임박해지면서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벌써부터 하노이에 기자를 파견해 현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멕시코 장벽 예산 문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등 굴직한 국내 이슈들이 많아서인지 2차정상회담에 대한 기사는 사실 위주로 간략하게 보도하고 있다.
우리처럼 베트남 현지 분위기 등을 전하는 요란스러운 보도는 없지만 미 언론들도 전문가들의 회담 전망을 소개하는 칼럼과 분석기사를 간간이 싣고 있다. 다만 비관적 전망이 낙관적 전망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낙관적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북핵 실무협상을 담당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이 ‘근거 있는 낙관적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북한 비핵화가 단계적으로 북미 양측이 상응조치를 취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입장을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들이 더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6일 평양으로 들어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했다.
비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양측의 요구사항을 제시만 하고 구체적 협상은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쑥 나섰다.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서울로 귀환하기도 전인 지난 9일 오전(한국시간) 트윗을 통해 2차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비건 대표로부터 평양 실무협상 결과를 보고받기도 전이다.
북한이 어제까지도 2차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때는 북한이 회담 2주전에 일정을 공식발표했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 발언을 문제삼아 회담을 취소했다가 김정은의 ‘사과성 친서’를 받은 뒤에야 회담 개최일정을 정했었다.
2차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1차 정상회담 때와 완전히 뒤집힌 모양새다.
이를 두고 주목할 만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특사 일행의 미국 방문 의도에 대해 뒤늦게 공개되는 내용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한 외교소식통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일종의 최후통첩’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이 제재완화를 약속하지 않으면 2차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위원장의 발언은 미국이 제재완화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핵과 미사일 실험과 생산을 다시 재개할 수도 있다는 위협이다.
심지어 17일부터 열리는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푸는’ 양보를 약속하지 않으면 2차정상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온다. 북한이 회담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한편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영변 핵단지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해체 정도만 합의하는 선에서 그치면 안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의식한 듯 비건 특별대표도 스탠포드대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서 영변 핵단지외 추가적인 핵시설 폐기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김정은이 약속한 영변 핵단지 폐쇄에 대해선 제재 이외의 상응조치를 할 수 있다는 셈이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파격적인)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회담에 이르는 길은 여전히 지뢰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