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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맛있는 집]비빔 말고 물냉면 먹고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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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맛있는 집]비빔 말고 물냉면 먹고픈 사람
  • 문화부 차장
  • 승인 2012.03.3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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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맛을 제대로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비빔이나 회 냉면을 먹으러 서울 연희동 ‘청송 함흥냉면’(02-334-3545), 수유동 ‘오장동 함흥집’(02-997-7370), 오장동 ‘오장동 흥남집 본점’(02-2266-0735)처럼 ‘함흥냉면’ 전문점으로 간다.

하지만 물냉면을 먹으려면 서울 필동 ‘필동면옥’(02-2266-2611), 논현동 ‘평양면옥’(02-549-5378). 주교동 ‘우래옥 본점’(02-2265-0151), 염리동 ‘을밀대’(02-2265-0151)를 찾는다.

그리고 함흥냉면 집에서 물냉면을 시키는 사람, 평양냉면집에서 비빔이나 회냉면을 청하는 사람을 비웃는다. 이유를 물으면 “물냉면은 평안도 평양이 원조이고, 회냉면이나 비빔냉면은 함경도 함흥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답변만 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지 말고 좀 더 아는 척을 해보자. 함경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고 척박한 지역이라 면에 맵고 진한 비빔장을 넣어 비벼 먹고, 뜨거운 사골 육수를 곁들여 몸을 데워주게 된다. 특산품인 가자미회, 홍어회, 가오리회 등을 얹어 먹는다. 면도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의 전분으로 만들어 질긴 편이다. 따라서 면을 가위로 자르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함흥냉면집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위에 의지하게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물자가 풍부한 편인 평안도에서는 메밀로 만든 면에 꿩 육수부터 동치미 국물 등 다양한 육수를 부어 먹었다. 이 면은 거칠긴 하지만 뚝뚝 잘 끊어지므로 평양냉면집에선 가위를 주더라도 쓰지 않게 된다. 고명으로 꿩고기 경단을 올려 먹는 것이 정통이지만 꿩고기가 귀하므로 편육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회를 올리지는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함흥냉면집에서는 물냉면보다는 비빔이나 회 냉면, 평양냉면집에서는 물냉면을 먹는다.
아울러 평양냉면은 여름보다는 겨울이 제철이다. 햇메밀 수확이 겨울에 이뤄지므로 더욱 구수한 메밀맛을 만끽할 수 있다.

시간이 겨울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평양식 물냉면을 먹기 위해 서울 마포구 염리동 147-6 을밀대를 찾았다. 신촌로터리에서 서강대를 지나 공덕로터리 방면으로 가다가 서울디자인고 앞에서 U턴을 해 염리주민센터 골목으로 들어서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당연히 ‘물냉면’을 주문했다. 이 집에도 ‘비빔냉면’(9000원)이나 ‘회냉면’(1만2000원)이 있지만 찾는 손님은 드물다.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해도 좀 더 비싼 회냉면 대신 물냉면이 전문이라고 말한다. 양심적이다.

물냉면을 기다리는 사이 육수가 나왔다. 독특한 것은 다른 평양냉면집들은 메밀 삶은 물, 즉 ‘면수’를 주지만 이 집은 ‘사골 육수’를 내온다는 점이다. 짭조름한 국물을 홀짝거리고 있다 보니 똬리를 튼 면 위에 두툼한 편육, 계란, 오이, 배 등이 올려진 물냉면이 등장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살살 저어 육수에 풀었다. 가느다른 면이 육수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함흥냉면집 물냉면에 비해 풀리는 속도는 느리지만 육수 안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 왠지 흐뭇하기만 하다.

한 젓가락 집어서 입가로 가져가 봤다. 특유의 향기와 함께 거무튀튀한 점들이 면에 촘촘히 박혀있는 것이 메밀 100%는 아니지만 많이 들어있음이 분명해 흡족했다. 메밀이 함유된 덕에 면은 쉽게 끊어지므로 먹기 편하고, 감칠맛이 나서 마음에 든다. 양은 충분한 편인데 그래도 부족하면 사리(3000원)를 추가하면 된다.

육수는 겨자와 식초로 자신의 입맛에 맞추는데 이 집은 육수에 얼음이 많이 들어있는 편이니 얼음이 녹는 것을 감안해 간을 해야 한다. 그런 것이 싫으면 아예 얼음을 빼달라고 해도 된다.

다른 평양냉면집과 달리 이 집에는 만두가 없다. 대신 ‘녹두전’(8000원)을 판다. 두툼한 편이어서 두 사람 이상이 먹을 때 주문하면 만족스럽게 나눠 먹을 수 있다. ‘수육’(소 2만5000원·대 5만원), 홍어(4만원) 등 술안주도 있다.

주차는 대로변 건너 주유소 옆 한라카센터 주차장을 이용하면 1시간 무료다. 주차하고 3분 정도 걸어야 하는 게 불편하지만 가게 앞 거주자 우선주차장에 세웠다가 단속되는 것보다는 낫다.

가게 앞쪽은 홀, 옆 골목 안 뒤쪽은 방이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마지막 주문은 밤 9시30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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