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비핵화 대화의 답보 상태를 지켜보던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중재자 역할의 고삐를 다시 쥐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돌파구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서다.
올해 마지막 순방길에 올랐던 문 대통령은 '선(先) 답방, 후 북미' 카드의 성사로 한반도 문제에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던 북미 대화의 중재를 통해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금 각인 시켰다.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4일(이하 현지시각)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올해 마지막 해외순방 일정을 마무리 한다. 체코·아르헨티나를 거친 5박8일의 여정을 뒤로한 채 귀국길에 오른다.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는 단연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추진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이끌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련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우선 답방 필요성의 논리를 관철시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뉴질랜드로 향하던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서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인식을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 내부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뒤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는 게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 부분에서 얻을 것이 많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뒤 3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 자칫 미국 조야의 '속도 조절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러한 부담을 안고서도 김 위원장의 우선 답방을 추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장기 교착 상태 국면에 접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때를 놓치면 번번이 좌절됐던 과거 북미 협상의 전례를 답습하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G20 기간 '풀 어사이드' 해프닝을 겪긴 했지만 그토록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했던 절실함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추진 과정에서의 고민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