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7-06 16:56 (일)
갑자기 죽게 된 '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
상태바
갑자기 죽게 된 '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
  • 박영주 기자
  • 승인 2012.03.16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별까지의 거리가 1㎜밖에 남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것은 그 어떤 경우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별을 겪게 된다.

'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은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을 촬영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모모이 카즈마(50)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회복될 가망이 없는 아내를 떠나보내기까지 열흘 동안을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가족의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살면서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중요한 것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괴로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다. 이 순간은 누구에게든 찾아온다.

모모이는 각국의 분쟁지에서 수많은 죽음을 취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시시각각 급격하게 다가오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도 괴롭고 아픈 일임을 통감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 편린에도 닿아본 적 없었던' 것이 죽음이었다는 사실, 더구나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저널리스트로서 온갖 종류의 수많은 죽음 앞에서도 유지해왔던 냉철함이 아무런 소용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린 딸에게 엄마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뇌사 상태의 아내에게 호흡기를 달아 강제적으로 생을 유지시키는 연명치료를 해야 하는지, 생전에 함께 이야기했던 장기기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갑작스럽게 닥쳐온 아내의 죽음은 남편을 속수무책으로 만든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상실을, 아픔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힘 또한 가족으로부터 나온다. 온 생을 다해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 앞에서 남편이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것은 아내와의 사이에 소중한 딸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딸을 위해 의식 없이 누워 있던 아내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사랑을 속삭인다. 좋았던,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아내의 흔적을 회고하면서도 조금씩 아내의 자리를 정리해나간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저자는 아내가 죽은 후 충격으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됐고 이 책을 쓰면서 다시 일어설 계기를 마련했다. 이 책은 일에 있어서 전우이기도 했던 아내에 관한 마지막 기록임과 동시에 아내를 잃은 남편의 재생의 기록"이라고 전했다. 조찬희 옮김, 272쪽, 1만27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