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달 간 삼성전자 주식을 1조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1조2983억713만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인들은 또 지난 한달 간 삼성전자 우선주 삼성전자우도 1807억2975만원 가량 순매도하며 카카오(2188억6252만원)와 함께 삼성전자우를 가장 많은 매물로 내놨다.
전달인 10월만 해도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을 총 6916억4305만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대하는 투자자들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IT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IT 종목이 크게 빠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코스피 시장에서도 연초 이후 크게 오른 주도업종인 IT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T업종 급락을 수반한 미국 증시의 급격한 스타일 로테이션 배경은 세제 개편안 통과 기대가 IT 섹터의 차익 실현 압력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며 “IT 섹터는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개선 모멘텀이 타 업종 대비 열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올해 미국 증시 주도 업종인 반도체,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차익 실현 압력을 강화시켰다”며 “미국 IT 섹터의 급격한 투자 심리 위축이 국내 증시에서도 연초 이후 주도 업종의 차익 실현 압력을 강화시킨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추세는 미국 세제 개편안 통과 시점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이후 지난 1일까지 7거래일간 외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7888억원을 팔아치우며 매도세를 강화한 가운데, 이중에서 삼성전자 주식만 1조1498억4382만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1737억2522만원), 카카오(1632억7425만원) 순으로 순매도하며 반도체, IT 업종 매물을 집중적으로 내놨다.
이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난달 30일에는 무려 전일 대비 4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지난 10월 19일(2473.06) 이후 처음으로 2480선 밑으로 밀려났다. 지난 1일에는 2475.41까지 하락하며 내림세를 지속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IT업종의 급락세가 펀더멘탈 리스크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간 누적됐던 수급 및 주가 급등에 대한 피로 등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IT업종의 주도주로서의 위상은 당분간 견고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향후 IT주의 회복에 힘입어 코스피도 다시 상승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증시 일각에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 고점 논란과 경쟁심화에 따른 마진 스퀴즈 가능성을 들어 IT에 대한 경계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IT 수요환경을 구성하는 양축이라 할 수 있는 G2 매크로 환경에 대한 중장기적 신뢰가 유효하고, 슈퍼 사이클 진입 시도가 확연한 미국 투자경기 환경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의 추세적 순항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외 IT 섹터의 견고한 이익 펀더멘탈 개선 시도가 흔들림 없이 지속 중에 있고, 주요 지역별 IT 섹터의 시장대비 시가총액 비중·이익기여도 비중 차분으로 볼 경우 한국 IT는 글로벌 IT 섹터 내 상대적·절대적으로 안전지대일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진했던 코스피는 IT·대형주 주도의 상황반전이 예상된다”며 “지속적인 이익개선세에 힘입어 IT와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욱 높아졌고 연말 수급 계절성, 신성장 육성 정책 기대는 IT와 정책수혜주의 상승동력으로 작용하며 연내 코스피 2600 돌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증시 상황반전의 트리거는 통화정책 이벤트”라며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에는 원화 강세와 달러 약세 압력이 완화될 전망이며 국내·외 안정적인 경기회복세, 완만한 원화 약세는 시장 주도주인 IT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이는 외국인 순매수 재개로 이어져 본격적인 IT와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