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자국 투자를 전제로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반도체 기업들에게 일정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국제 사회에선 “아무리 트럼프 정부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들은 미국에 투자하면 보조금을 준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는데, 이제와서 보조금을 미끼로 지분을 요구한다면 누가 일국 정부를 믿겠느냐고 주장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인텔과 10% 수준의 정부 지분 취득을 협상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인 인텔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109억 달러(15조원)의 보조금을 편성했는데, 정부가 이를 대가로 아예 인텔 지분을 요구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를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며 향후 다른 반도체 기업에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만일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대가로 인텔 지분 10%를 확보한다면, 삼성전자와 TSMC 등 다른 국가 반도체 기업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47억5000만 달러, TSMC는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는데, 인텔 계산식을 적용하면 각각 1.5%, 0.5% 지분 취득이 가능하다.
이 같은 미국 정부 입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절대 있어선 안되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관세의 경우 미국 정부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보조금을 미끼로 민간 기업 지분을 요구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정부가 기존 약속을 바꾸는 것이자, 국제 사회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안 전무는 이어 “인텔은 미국 기업이고, 현재 경영 상황이 어렵고, 돈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타국 반도체 기업에게 지분을 요구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모략이라고 본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일단 허찌르기’ 식 협상 스타일이 적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한 카드를 꺼내 상대방을 한번 흔들어보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정 삼성전자 지분을 원한다면 미국이 정당한 대금을 주고 사는 것이 상식적이다”며 “이미 주겠다고 한 보조금으로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강탈이자 협박”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이 어느 수준까지 갈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향후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