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 아래 3대 국정 원칙, 5대 국정 목표, 123대 국정과제를 광범위하게 담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이자 설계도이며 나침반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지난 8월 13일 나왔다. 향후 국정운영의 기본 철학이자 평가 기준으로 국가 정상화와 도약을 향한 국민적 열망과 역사적 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균형 성장, 사회, 외교 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0%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을 높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으로 집약(集約)이 된다.
무엇보다 경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AI 고속도로’ 구축, ‘국민성장펀드 100조 원 조성’, ‘메가특구 도입’ 등 29개 과제를 제시하며 잠재성장률 3% 상향과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내걸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100조 원 이상 규모로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대목이다. 갈수록 식어가는 성장 불씨를 살려내기 위해 종잣돈을 마련해 미래 먹거리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한편으로 국민의 삶을 돌보는 기본사회,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복지 강화 등 더불어 잘살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건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는 것에 시선이 머무른다. 기업들에 부담을 떠넘기거나 국민 세금을 거둬 충당하려 한다면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펀드의 수익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게 급선무(急先務)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핍과 고통 분담을 솔선수범(率先垂範)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데 매진(邁進)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당연해 보인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과제 이행을 위해 향후 5년간 210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AI 3대 강국 25조 원, 지역 균형 성장 15조 원, 복지 강화 24조 원 등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5개년 국정운영 청사진이 ‘장밋빛 설계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원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정부는 세입으로 94조 원을 확충하고 강도 높은 지출 효율화를 통하여 116조 원을 조달해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에서 세수를 확충한다거나 이미 사용처가 정해진 예산을 줄이는 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모자란 부분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울 소지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가을에 쌀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지금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투자 재원 마련 방안을 시사(示唆)했다.
이미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46%였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말 49%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이 마지노선인 50% 선을 넘게 되면 ‘국제신용등급’과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국채금리가 오르는 악순환(惡循環)을 초래하는 동인(動因)이 된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 3주체’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세수를 확충하는 정공법(正攻法)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뿐 다른 묘책은 없다. 정부는 당연히 세입 기반을 확충하고 투자를 확대하여 경제성장을 유인하고 세수 증대를 기대해 보겠지만,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발(發) 관세전쟁(Tariff war) 후폭풍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대신 감세로 기업 투자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유인하여 세수 증대를 꾀하는 과단성(果斷性) 있는 용단(勇斷)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작금의 한국경제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기업의 혁신성장 지원에 국가적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한다. 과거 2018~2019년 반도체 초호황기에 삼성전자가 연간 10조 원 이상의 법인세 납부를 한 것처럼 매년 10조 원 안팎의 법인세를 내는 제2, 제3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더 많아져야만 나라 곳간을 손쉽게 채울 수 있다. 경제·산업 대도약으로 인공지능(AI)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세계 5강 달성을 하겠다는 ‘이재명 표(標)’ ‘3·3·5 비전’ 달성에 총력 경주하면 나머지 국정과제들은 술술 풀릴 것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특히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짜 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이 운영 중인 50조 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에 민간 자금을 더해 100조 원 이상으로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국민성장펀드’로 조성된 자금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2차전지, 로봇 등 첨단전략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AI 데이터센터, 에너지고속도로 등 인프라 투자에도 나설 예정이다.
문제의 핵심인 ‘국민성장펀드’ 조성의 성패(成敗)는 자금조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기금을 활용한다고 해도 50조 원 넘는 돈을 끌어와야만 한다. 금융회사들이 우선 거론되겠지만 과거 ‘녹색성장펀드’를 비롯한 과거 ‘관제 펀드’들의 성과가 저조했던 데다 나중에 정권이 바뀌는 경우 장기 투자가 어려울 수 있어 선뜻 출자하기가 부담스럽다. 이전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전략산업 투자 펀드’는 있었다. 다만 수익성과 운용 투명성 부족으로 성과는 엇갈렸다. 이를테면 2020년 ‘뉴딜펀드’는 정책 목적 달성에 초점을 맞췄으나 일부 투자 펀드는 손실로 청산됐다. 2009년 ‘녹색성장펀드’도 조성액의 절반 이상이 회수되지 못했고, 2013년 ‘콘텐츠펀드’는 투자회수율이 50%에도 못 미쳤다. 결국은 정부 몫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결연하고 단호한 의지와 투혼으로 내핍(耐乏)과 고통분담(苦痛分擔)을 솔선수범하는 실행력을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100조 원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는 것 자체는 좋다. 그러나 AI조차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이 실험실의 연구를 넘어 AI를 로봇 등 실물에 접목한 ‘피지컬 AI 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제조업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토대가 허약해선 AI 기술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제조업은 중국의 기술 굴기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는 것도 버거운 형편이다.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210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116조 원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징적인 차원에서 대형 인프라 사업부터 재검토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졸속 추진한 가덕도 신공항, 달빛철도 등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가 예산 낭비를 줄여 미래 성장동력에 적극·공격·역동적으로 투자한다면 그게 바로 ‘진짜 성장’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 관건은 일관성과 속도만 남아 있다. 국정 추진과제와 지역발전 공약이 ‘희망 고문’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국정 지지도가 높은 임기 초반 지방 자치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