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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장사’로 떼돈 번 은행권, 취약계층 채무부담 덜고 자영업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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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장사’로 떼돈 번 은행권, 취약계층 채무부담 덜고 자영업 지원해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4.2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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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올 1분기에만 5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리면서 역대 최고급 실적을 거뒀다. 금융지주 핵심 자회사인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탄탄했던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관세전쟁과 내수 부진으로 기업과 가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은행들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번 것이다. 급격한 경기 둔화가 변수지만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였는데도 이자 이익이 늘었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은행권의 ‘이자 장사’ 논란이 비등(沸騰)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조2215억원보다 7074억원(16.75%↑) 늘어났다. 시장금리 인하 기조에 ‘예금 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대출 금리’는 금융당국 규제를 이유로 늦게 내리면서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가 이자로 벌어들인 이익만 무려 10조64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0조4046억원보다 2373억원(2.2%↑)가량 늘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3조25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금융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냈다.

특히, KB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 년 동기 대비 62.9% 늘어난 1조6973억원, 신한금융은 12.6% 늘어난 1조4883억원, 하나금융은 9.1% 늘어난 1조127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금융의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작년 1분기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비용 8620억원을 반영해 이익이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있었다.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25.2% 줄어든 615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희망 퇴직금과 투자 확대로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우리금융은 설명했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1분기 8142억원의 순이익을 내 분기 실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이런 역대 최고급 호실적에는 홍콩 ELS 손실 배상 비용이 사라진 영향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손쉬운 ‘이자 장사’와 감독기관의 어설픈 관치(官治)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자 은행들은 재빨리 예금 금리를 떨어뜨렸으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게 유지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지난 4월 26일 기준 연 2.58~2.70%로, 기준금리(2.75%)보다도 낮다. 하지만 대출 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는 지난해 7월보다 높다.

지난 4월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6개월) 상품은 연 4.07~5.59%로 고정형(혼합형)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3.38~5.04%보다 하단과 상단이 모두 높다. 상단은 0.55%포인트 높고 하단은 0.69%포인트 높은 상태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은 코픽스 금리로 지난달 기준 2.84%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떨어졌지만, 인하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고자 대출 가산금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대출 금리도 낮아지면서 이자 이익이 줄어들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가 더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0∼1.47%포인트로 집계됐다

지금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의 관세전쟁과 경기침체로 중소·영세 기업의 자금 압박이 심각하다. 내수 부진에 자영업자들도 돈줄이 말랐다. 특히 올해 4월 들어 대기업 대출은 8362억원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3258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차환 발행과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 바람이 분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내수 부진 장기화에 따라 중견·중소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를 덮친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작년 소매판매는 2.2% 감소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의 소비절벽이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으로 4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내수 침체는 기업 매출과 고용 감소는 물론,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출발점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기도 벅찬 형국이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4대 은행의 지난 1분기 부실채권 규모는 역대 최대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정이하여신(NPL)이 12조61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2분기 말 10조4800억원에 달해 처음 10조원을 돌파하더니 3개 분기 사이에만도 무려 2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나며 대출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음은 은행권에서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무엇보다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금리 격차)’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그러나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금융사들이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이자 이익이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금이 필요한 알짜 기업과 일시적 현금 흐름이 막힌 자영업자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 자금 중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들은 성과급과 인센티브(Incentive) 지급에만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을 뿐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 안정적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해야만 하는 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고 방기(放棄)하고 있어 보인다.

이러다 보니 역대 최고급 실적이 나올 때마다 따가운 여론에 생색내기식으로 찔끔 지원금을 내놓는 ‘면피(免避)’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이 더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내핍(耐乏)’과 ‘고통 분담’이다. 이익만 좇는 금융은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은 이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앞장서야만 한다. 취약계층의 채무부담을 덜어주고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과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에 은행들이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 지원에 나서야만 한다. 금리 인하,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보다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민생 금융 지원 조치가 절실하다. 경기침체로 가계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勘案)할 때 금융사들이 고객의 이자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당연히 예금보험료 같은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해 대출 금리를 낮추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도 서둘러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은행의 과도한 이자수익에 기여금을 물리는 ‘횡재세’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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