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1년 만에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재개했다.
전장연은 21일 오전 8시께 혜화역 하행선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1년 만에 재개를 선언했다. 이들은 혜화역을 비롯해 4호선 경기 과천시 선바위역과 경기 남양주시 오남역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혜화역에는 철도종사자의 허가 없이 역사 안에서 연설하면 퇴거조치될 수 있다는 대형 안내문이 붙었다. 역사 일대에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 등이 인간 띠를 만들어 휠체어 진입을 차단했다.
오영철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1년 전 이 자리에 왔다"면서 "7개 법안을 요구해 왔고 (정치권은) 그때 약속했다. 우리는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1년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안 들어줬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국회에 이야기했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예산 반영할 법안을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제출한 법안 중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저희도 같이 교육받고 함께 일하고 싶다. 장애인을 집단적으로 수용해 인권 참사가 방치되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살게 해 달라"며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게 된 것은 시민에게 저희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함께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오전 8시44분께 전장연의 열차 탑승 시도에 서울교통공사 측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박 대표는 승강장과 열차 문 사이에 넘어졌다. 오전 8시51분께 문 끼임 사고가 발생한 뒤 승강장 안전문 일부가 덜 닫힌 채로 열차가 출발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열차 탑승 시도가 이뤄지면서 하행선 열차는 오전 9시3분께부터 23분가량 혜화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첫차~오전 9시 4호선 상·하행선이 각각 30분 지연됐다고 보고했다.
전장연 시위대는 오전 9시28분께 4호선 열차에 탑승했다. 이들은 동작역을 거쳐 1시간24분 만인 오전 10시52분께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했다.
그 과정에서 박 대표는 "이제는 1년을 기다리지 않겠다. 대통령 선거가 바로 앞에 있다"라면서 "대통령 후보들에게 우리의 공약을 전달하고 답변하지 않는다면 제63차 출근길 지하철 탑승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도대체 뭐 하는 것이냐" "세상이 전부 다 자기 멋대로냐" "출퇴근하는 사람한테 왜 피해를 주느냐" "오후에 해도 되지 않느냐" "이런 식이면 권리 행사 못 한다"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제62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로 전장연은 1년께 만에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2021년 12월 3일부터 시작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모두 61회 진행됐고 지난해 4월 8일이 마지막이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진정으로 약자 동행을 원한다면 62차 출근길 지하철을 타기 전에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라"며 "서울시가 관할하는 장애인거주시설에 3000명이 넘는 장애인이 수용돼 있지만 그들의 삶을 약탈한 데에 사과한 적이 없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의 장애인권리 약탈 사례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폐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장애인 거주시설 연계사업 폐지 ▲서울시 추가활동지원시간 중단 및 삭감 389명(중단 341명·삭감 48명) ▲탈시설권리 왜곡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조례안 진행 ▲전장연에 9억9000만원 손해배상소송 등 12개 항목을 꼽았다.
이들은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하면 국회 본관 계단으로 이동해 오전 11시께 '장애인권리정책 각 정당 전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날 전장연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고 이날까지 1박 2일 농성을 진행했다. 이들은 동정과 시혜의 시선 아래 놓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제24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기념해 집회와 문화제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