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경치로는 세계 최고의 한국사찰이 되지 않을까요.”
‘600만불 대작불사’로 잘 알려진 뉴욕 원각사(주지 지광스님)가 본격적인 중창불사를 시작하면서 현지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뉴욕주 샐리스베리밀즈에 위치한 원각사는 부지가 288에이커, 무려 30만평에 달한다. 경내에 산과 그림같은 호수가 있어 절경을 자랑하는 이곳에 전통 한국식 대웅전과 무량수전, 선방, 요사채 등을 순차적으로 건립하는 중창불사가 한창이다.
지난달엔 중장비 3대를 동원해서 대웅전 터닦기에 나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가 막힌 전망이 확보되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대웅전 자리는 아랫녘 왼편으로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지고 오른쪽엔 좌대 포함 10m 에 달하는 청동석가여래좌상이 조성돼 있다.
정면엔 베어마운틴에서 뻗어온 산줄기가 아담한 눈높이로 들어온다. 지금은 철이 좀 지났지만 단풍이 한창일 때는 넋을 잃고 바라볼만큼 기막힌 풍치가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들이 호수에 반사되는 정경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로맨틱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미 뉴욕원각사는 인근 주민들에겐 아름다운 한국 절로 소문이 자자하지만 중창불사가 시작되면서 한인들은 물론, 타민족 불자들과 미국인들이 쉼없이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들어 중국서 온 불자관광객들이 단체로 찾아오고 스리랑카 사찰 스님들과 스리랑카UN대사가 방문하기도 했다,
100만 배 기도회향으로 잘 알려진 제주 약천사 회주 혜인 큰스님은 지난 2010년 뉴욕 원각사를 찾아 “이곳만큼 좋은 명당터를 만나기 어렵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고 진제 대선사도 13대 종정으로 추대되기 직전인 2011년 원각사를 둘러본 후 “참으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불사가 마무리되면 훌륭한 대가람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원각사에서 특별법문을 한 범휴스님은 “2000년대 이후 몇 차례 원각사를 방문했는데 오늘날 미주 최대의 도량으로 거듭나게 된 원각사를 보니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주 최초의 한국사찰인 캘리포니아 삼보사 주지를 역임한 범휴스님은 “원각사 불자들이 참으로 복이 많은 것 같다. 어려운 이민생활속에서 부처님 품을 떠나지 않은, 희유하고 귀하신 여러분들에게 감히 찬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원각사는 지난 1975년 숭산큰스님과 법안큰스님의 원력으로 미동부 최초의 한국사찰로 탄생했다. 처음엔 맨해튼에 자리잡았으나 밀려드는 신도들을 감당할 길이 없어 1988년 현재의 부지로 이전했다.
당초 불교대학도 세우겠다는 원대한 구상으로 이전했지만 법안큰스님의 급작스런 와병으로 10년이상 쇠락을 길을 걸었다. 원각사가 회생의 계기를 맞은 것은 서울 구룡사와 일산 여래사를 세운 정우스님이 인연을 맺은 덕분이다.
2004년부터 수십만 달러를 들여 경내 방치된 낡은 건물들과 폐타이어 쓰레기 등을 치우고 단장하면서 원각사를 정상화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2007년 ‘불보사찰’ 통도사의 주지가 된 정우스님은 2009년부터 부주지 지광스님에게 원각사 주지 소임을 맡기고 회주스님으로서 원각사 대작불사에 나서게 됐다. 이른바 600만불 대작불사였다.
원각사의 대작불사는 지난 2010년 부처님진신사리탑과 높이 8m의 청동석가여래좌상을 잇따라 건립하는 것으로 사실상 시작됐다. 대작불사를 위해 불자들의 시주가 이어졌고 2011년엔 미국인 사업가 해리 두리틀 씨가 무려 100만 달러의 불사금을 기증,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주지 지광스님은 대웅전 대들보 등에 사용할 목재 구입을 위해 정화섭 불사추진위원장 등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를 두차례나 방문, 계약을 맺고 돌아왔다. 수령이 700~800년 된 최고급 더글라스나무를 비롯한 캐나다산 원목들은 내년 봄 무려 트럭 40대분이 도착하게 된다.
지광스님은 “옛 말에 주목(朱木)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 했는데 원각사 대작불사에 쓰이는 원목들이야말로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의 인연을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광 스님은 1981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95년 범어사에서 법타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 83년 광주 무등산 원효사에서 재무국장 등을 맡았다. 95년 도미,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2005년부터 원각사 부주지, 2009년 5대 주지로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