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초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래 서울지역에서의 협동조합 설립이 줄잇고 있다.
26일 '서울시 협동조합 설립 신고필증 발급 단체 명단'을 보면 현재까지 협동조합으로 신고를 마친 곳은 총 42곳이다.
두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100여곳 남짓한 협동조합 설립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실적이다.
서울에 설립된 협동조합의 면면에서는 문화·경제·교육 등 대한민국 수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묻어난다.
서울시 협동조합 1호인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주요목적 사업으로 대리운전수행중 사고처리 지원, 대리운전에 대한 연구 대리운전기사 상담및 훈련, 자치콜센터및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적시했다.
사회적 약자인 대리운전사들에게 부당하게 부과되던 콜수수료나 벌금 등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조합측의 설명이다.
'지구촌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력사무소를 함께 운영해 취업과정서 차별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나설 예정이다.
'성북의류자원순환협동조합'은 재활용의류 수집, 공동판매장 설치 등 자원 재활용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취업알선을 위한 창업교육을 실시해 재활용의류 수거를 안정적인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보이고 있다.
FTA 등으로 인해 국내 시장이 외국기업에 개방됨에 따라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중소기업들의 전략적 연대도 협동조합으로 결실을 맺었다.
'한국아웃소싱협동조합'은 외국계 대형 아웃소싱 기업에게 국내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국내 중소 아웃소싱업체들이 만든 조합이다.
이들은 국내 아웃소싱사의 권익보호와 비정규직 시장의 안정을 목적으로 공동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정부와 민간기업을 상대로 사업 공동수주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퇴직 언론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언론협동조합도 주목된다.
베테랑 기자들이 만든 협동조합 '코멘터리 협동조합'은 논평전문업체를 표방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오늘의 코멘터리'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실시간으로 논평을 낸다.
'협동조합을 위한 협동조합'도 생겼다. '협동조합 컨설팅'은 협동조합 조합원에 대한 컨설팅관련 교육 과 훈련 등을 주요 목적 사업으로 한다. 또한 조합 설립을 위한 정보제공과 조합간 협업을 위한 컨설팅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협동조합 설립 러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법인 설립과정이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주주가 자본금만큼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회사와 달리 모든 조합원이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금융·보험 업종을 제외하고 어떤 분야든 5명 이상만 모이면 만들 수 있다. 가령 5명이 1만원씩만 내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개인보유 지분이 30%를 넘지 않으면 출자금 제한도 없다.
때맞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하나 같이 협동조합이 최근 경제·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일자리와 복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민들 역시 새로운 삶의 돌파구로 협동조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90년대말 1차 벤처붐이 일어나는 상황과 유사한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열린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 숙의에서 2022년까지 협동조합 경제규모를 14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서울시에만 협동조합은 8000여개에 이르게 된다. 고용비중은 8%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누구나 1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해 협동조합 활동이 일상화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