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이 6일부터 시작된 4월 총선 출마를 위한 공천신청자들에게 공천 탈락시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서약서를 반드시 제출토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은 6일 공천 지원자들에게 '공천에서 탈락하더라도 탈당하거나 당적을 옮겨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자필서약을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약서의 하단에는 '본인이 낙천할 경우 행보를 포함해 본인의 각오를 자필로 적어 달라'고 명시돼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의 공천신청자들은 '공천에서 탈락해도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내용을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지역 내 조직이 탄탄한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표적이 될 수 있는 중진 의원들의 해당 선거구에 출마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은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고 보수 표의 분열을 막겠다는 것.
현행법에서는 당내 경선에 참여했다가 낙선했을 경우에만 해당 선거구에 출마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어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이 탈당해 독자적으로 해당 선거구에 출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천신청 때 자신이 직접 쓴 자필 서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도 정치적으로 출마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권영세 사무총장은 지난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에는 당을 위해서 사퇴해 주시는 분들이 좀 너무 없다"며 "당의 위기상황이었던 2004년에는 많은 분들이 사퇴를 해줬다"고 밝혔다.
권 사무총장은 "내가 책임을 지는 게 맞겠다하는 분들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건 숫자적으로 몇 명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중진이든 아니든 책임을 져야 될 만 한 분은 좀 물러나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경쟁자는 없지만 야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나서려고 한다"며 "공천 신청을 하려 해도 당에서 야권의 움직임을 빌미로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면 나만 우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내비쳤다.
남경필 의원은 6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서약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잘 지켜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며 "마음으로부터 결과에 승복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공천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라면 마음으로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용퇴할 의향이 있는 분들에게 정치적으로 설득하는 등 대화를 통해 물꼬를 트는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8명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은 5명이다. 새누리당 3선 이상 39명 중 특임장관에 내정된 3선의 고흥길 의원을 제외한 33명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방침이 중진 의원들의 자발적 용퇴로 이어질 지 향후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새누리당 사무처는 이날 지역구별 여론조사 및 당무감사 결과를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흘간 현역의원 지역구별 1000명씩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는 "25% 컷 오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번 조사가 교체지수 측정을 위한 목적으로 인식, 바짝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