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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같은 톰인데 짜릿함은 글쎄…'잭 리처:네버 고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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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같은 톰인데 짜릿함은 글쎄…'잭 리처:네버 고 백'
  • 신다비 기자
  • 승인 2016.11.2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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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네버 고 백'(감독 에드워드 즈윅)은 직선적인 액션영화다. 군 수사관 출신 해결사 잭 리처가 주인공이고 수사물의 형태를 갖췄지만,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음모를 파헤치는 수사 과정보다는 음모에 엮인 인물들을 '세게' 혼내주는 리처의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면 그만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전작인 '잭 리처'(2012)는 흥행에 성공했지만(2억1800만 달러), 평단의 혹독한 평가에 시달렸다. 톰 크루즈는 이런 시선을 개의치 않는 듯하다. 두 번째 '잭 리처' 영화는 첫 번째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작품이니 말이다.

잭 리처(톰 크루즈)는 자신의 뒤를 이어 군 수사관이 된 수전 터너(코비 스멀더스) 소령과 힘을 합쳐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살아간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가진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약속하고, 리처는 터너 소령을 찾아간다. 하지만 터너 소령은 군사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한 리처는 터너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리처와 터너는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다.

'잭 리처:네버 고 백'은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함으로써 결론적으로 전작과 유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영화가 보여준 변화는 세 가지다.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 리처의 부성애, 그리고 유머다. 서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이런 시도들을 그 자체로 비판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코비 스멀더스가 연기한 수전 터너는 꽤나 매력적이고, 리처의 부성애는 작위적이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며, 이 영화가 구사하는 유머 또한 타율이 높다. 문제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요소들이 대세를 바꿔놓을 정도의 장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큰 약점은 액션이다. 이야기가 부실하면 이 부족함을 상쇄할 수 있는 액션 시퀀스가 필요한데, '잭 리처:네버 고 백'에는 창의적인 액션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다시 말해, 리처에게는 리처만의 퍼포먼스가 없다. 제이슨 본에게는 '날 것'의 본이 있다. 이선 헌트의 움직임에는 헌트의 아크로바틱함이, 제임스 본드에게도 본드 만의 우아함이 있다. 리처는 열심히 달리고 구르고 떨어지고 쓰러지는데, 관객의 감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마블의 히어로물을 위시해 액션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디어 없는 액션으로는 더이상 승부를 볼 수 없다.

 

이야기 또한 빈틈이 많다. 1편 만큼 최악의 허술함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부실하게 쌓아 올린 서사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음모의 내막은 몇 번의 주먹질로 간단히 밝혀진다. 애초에 이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라면 리처와 터너가 왜 목숨을 걸고 이 고생을 하며 뛰어다녔다 싶다. 이야기가 간단하고 간결하다는 것과 엉성하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부족한 액션과 서사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해 보인다. 리처는 정의롭기만 하고, 악당은 악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심드렁하게 보게 된다.

"내가 여자라서 호텔에 가만히 있으라는 거냐"고 리처를 몰아세우던 터너를 결국 리처의 보호를 받는 인물로 그리는 점은 이 영화 여성 캐릭터의 한계를 보여준다. 리처와 '사만다'(다니카 야로쉬)의 유사 부녀 관계는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달려와 끌어안는 마지막 장면으로 러닝 타임 내내 차분하게 쌓아온 감정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톰 크루즈는 역시 성실하게 연기한다. 1편과 비교해 불어난 체중은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의 나이를 실감케 하지만, 그의 액션 연기만큼은 여전히 청년 같다. 크루즈는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해냈다. 코너 역의 코비 스멀더스는 마치 '지 아이 제인'의 데미 무어를 연상케 한다. 이미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많은 액션 영화에 출연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스멀더스가 가장 빛난 작품은 '잭 리처:네버 고 백'이 될 것이다. 사만다를 연기한 다니카 야로쉬 또한 철부지 고등학생 소녀를 잘 소화했다.

 

'잭 리처' 3편이 만들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톰 크루즈가 세계 최고의 액션스타로서 최상의 몸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 시리즈로 절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never go back) 톰 크루즈의 팬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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