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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정치의 존재 의미'까지 거론하며 野 강력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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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정치의 존재 의미'까지 거론하며 野 강력 압박
  • 김형섭 기자
  • 승인 2014.08.11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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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발목잡는' 野 겨냥 가감없이 불만 드러내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정치의 존재 의미까지 언급하며 강력한 대야(對野) 압박에 나섰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국가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것은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의 존재 이유에 위배된다는 게 박 대통령의 논리다.

이는 곧 경제의 위기가 정치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접근법으로 사실상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상황 인식으로 풀이된다.

범정부적인 경제활성화 조치에 나서야 할 상황에서 야당이 사실상 정치투쟁에만 집착하는 탓에 결국 국민들, 특히 서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와 불만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치가 국민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 봐야 될 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것(국회의 법안처리 지연)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이냐"며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여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정치'라는 묶음 속에 쏟아낸 말들이지만 여당은 청와대와 입법 보조를 맞추고 있는 만큼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 지연을 이유로 들어 사실상 야당을 강하게 성토한 셈이다.

또 "국회도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은 우선적으로 조속히 처리하고"(8월5일),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잠자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2월18일) 등 과거 민생 법안의 처리와 관련한 발언들에 비해 강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 시간의 절반 이상을 19개 주요 경제활성화 및 민생안정 법안을 열거하고 조속한 국회 통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해당 법안들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1일 첫 경제현안 월례브리핑에서 조기 국회통과과 필요하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자본시장법 ▲크루즈법 ▲마리나항만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의료법 ▲소득세법 ▲조특법 ▲주택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폐지법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주택도시기금법 ▲국민기초생황보장법 ▲국가재정법 ▲산재보상보험법 ▲금융위설치법 ▲신용정보보호법 ▲자본시장법 등이다.

박 대통령은 해당 법안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일자리창출의 효자 노릇을 할 법", "창업자들이 애타게 통과를 기다리는 법", "한시가 급하다", "말로만 민생, 민생하면 안된다", "일자리 창출이 맨입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투자활성화 법안이 제때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조선말기 쇄국정책에 빗대 "우리나라가 기회를 잃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는데 똑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판단을 잘못해 우리가 낙오해서 기회를 잃고 나중에 가슴을 치게 된다면 그때 누구를 원망할 것이냐"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8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경제와 정치를 고리로 한 고강도 대야 압박에 나선 것은 7·30 재보궐선거의 새누리당 압승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활성화에 두고, 이를 위한 고삐를 바짝 쥐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생·경제' 대 '세월호·정권심판'의 선거구도에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경제에만 '올인'하겠다는 의미다.

재보선에서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고 최근에는 국정수행 지지도까지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데서 묻어나는 자신감까지 엿보인다.

하반기 국정정상화에 막 드라이브를 걸려던 참에 터져 나온 윤모 상병(순직 추서계급) 폭행사망 사건 등 병영부조리 문제의 후유증을 조기 극복할 카드는 역시 '경제' 뿐이라는 상황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야 압박이 야당과의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 근본 이유 중 하나가 여의도를 대하는 청와대의 불통이라는 점에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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