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청문요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고 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 만일 이 기간까지도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청문회법에 따라 언제든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과 7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송부한 것은 지난달 24일. 따라서 오는 13일까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일정 기간을 정해 요청서를 재송부한 뒤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야당의 거부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전력이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잇딴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등 인사참사로 곤혹을 겪었던데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일부 부적격 의견이 흘러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들 세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뒤따를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 7·30 재보궐 선거를 목전에 둬 어느 때보다 민심을 신경써야 하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 10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을 계기로 모처럼 마련된 야당과의 소통의 물꼬가 다시 막힐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청문회에서 제기된 자질논란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가 결국 민심을 거스르는 설화로 전격 해임된 윤 전 장관의 사례는 박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상처를 남긴 바 있어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총리 후보자 인선에만 두 달 가량을 허비하는 등 국가개조를 위한 인적쇄신의 시간표가 상당히 지연된 상황에서 일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리셋'한다면 국정공백의 장기화 등 감내해야 할 부담도 적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박 대통령도 지난 10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김명수·정성근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구하자 "잘 알았고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인 이번 주말을 넘기면 청문요청서를 일단 재송부한 뒤 시간을 갖고 이들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기 내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 시기와 관련해 "한꺼번에 처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리 청문보고서가 넘어온 것도 있고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청문보고서도 있는데 절차에 따라서 한꺼번에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해 후보자 임명을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세 후보자를 모두 안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명수 후보자는 교육 수장의 자리에 내정된 인물임에도 불구,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등 교육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다수 확인됐으며 청문회를 통해 명쾌한 해명은 커녕 도리어 자질논란만 커져 낙마 쪽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조차 김 후보자의 교체를 청와대에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만 지명철회는 박 대통령 스스로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고 김 후보자 본인에게도 불명예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처럼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식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대신 정종섭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야당의 요구대로 세 후보자를 모두 정리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고스란히 내주는 모양새가 돼 박 대통령과 여당이 짊어질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성근 후보자는 당초 임명 강행 분위기가 컸으나 인사청문회에서 거짓증언으로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박 대통령을 상당히 고심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청문회에서 아파트 전매제한 위반 의혹 등에 대해 위증한 사실이 드러난 정성근 후보자를 사퇴 1순위로 꼽는 등 기류변화가 감지돼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시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