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수영장에 담그는 아가씨, 몸을 밀착시킨 채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 선탠 베드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청년, 어깨와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는 부부….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있는 풍경이다.
10일 밤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 오아시스 야외수영장에서 열린 '옐로 라운지 서울'의 여섯 번째 공연은 클래식음악에 맞춰서도 잘 놀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수영장에 울려퍼진 음악은 평범한(?) 클래식이 아니다. 만돌린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이스라엘의 아비 아비탈(36)과 올해 레너드 번스타인상을 수상한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 크리스토퍼 박(27)이 나섰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 '비창'을 비롯해 브람스, 바흐, 라벨의 널리 알려진 클래식 명곡들을 연주했다.
여기에 DJ 하우스K가 가세하면서 색다른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펼쳐졌다.
아비탈의 만돌린은 애잔하고, 크리스토퍼 박의 피아노는 점잖았지만 하우스K의 디제잉이 가미되면서 아름다운 선율 안에 뜨거운 비트를 품은 음악으로 변모했다. 무대 양옆 스크린의 영상이 흥을 돋웠다.
하우스K는 아비탈과 크리스토퍼 박의 공연에 앞서 카를로스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차(Por una cabeza)', 비제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강한 비트를 섞어 들려주기도 했다.
현장에 운집한 약 1000명의 손에는 술잔이 들려 있었다. 미성년자 입장불가 이유다.
연주자들도 들떴다. 크리스토퍼 박은 "야외수영장에서 공연을 하게 돼 흥분된다"면서 무대 위에서 청중의 사진을 찍었다. 아비탈은 연신 "아름다운 밤"이라고 외쳤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옐로라운지'는 클래식 음악(Live), 클럽 음악(DJ), 영상(VJ)을 접목한 신개념 클래식 음악 파티로 2004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12년 5월 아시아 처음으로 론칭했다. 아코디어니스트 마티나스,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한국 '옐로 라운지'를 다녀갔다.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의 공연 기획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자회사 스페라가 주관한다.
원피스 차림의 회사원 이모(31)씨는 "평소 클럽을 많이 가는데 새로운 분위기의 공연이라 와봤다"면서 "클래식도 뜨거운 음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아티스트에게는 비트와 전자음악에 친숙한 새로운 청중과 호흡을, 청중에게는 기존 클래식과 다름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9월18일에는 한국의 첼리스트 양성원, 11월29일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잉골프 분더가 '옐로 라운지'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