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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깊어지는 朴대통령…'문창극 카드' 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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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깊어지는 朴대통령…'문창극 카드' 버리나
  • 김형섭 기자
  • 승인 2014.06.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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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개선 조짐없고 여당내 압박 강도도 커지자 기류 급변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에 대한 재가를 이번 주말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귀국한 뒤 검토키로 하면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두고 박 대통령이 결국 '문창극 카드'를 버리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박 대통령은 과거 민족정서에 반하는 발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한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문창극 카드를 강행 간다는 방침이었다.

지난 12일 친일 발언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도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다음날인 13일 개각을 예정대로 단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 후보자도 지난 15일 자신의 과거 발언에 사과의 뜻을 밝히고 분위기 반전을 꾀한 뒤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념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새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가 급변했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으로 청와대를 비웠지만 전자결재를 이용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재가가 가능함에도 17일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에 싸인하지 않았다.

이미 정부가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을 당초 16일 하기로 했다가 서류 준비 등의 문제로 하루 연기한 터였다.

당시 청와대는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시간을 1시간25분 가량 초과해 국회 의안과의 의안접수 시간을 넘기면서 재가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기존 입장에서 아직까지 변화된 것은 없다"며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인사청문회까지 안고 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우즈벡 현지의 기내 브리핑에서 "총리 및 장관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안은 귀국해서 재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의 기류가 상당히 달라졌음을 드러낸 것이다.

행간을 살펴보면 귀국 뒤 '재가를 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에 가깝다. "귀국해서 여러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 재가를 결정할 것"이라는 민 대변인의 부연설명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상황을 지켜본 박 대통령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후보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자 모종의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우리가 의견을 갖고 이끌어가기 보다는 여론을 따라가는 상황이다. 여론이 어떻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 들이고 있음을 강력 시사했다.

그는 또 이날도 임명동의안에 대한 재가가 보류된다면 사퇴 시나리오에 가깝지 않냐는 질문에 "우리들도 같은 생각, 같은 시나리오 등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초·재선들과 친박계 주류마저 문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여권내 '문창극 불가론'이 확산되는 기류라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새누리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과 국민을 위해, 현 정부를 위해서라도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모두에게 부담주지 않고 스스로 퇴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해 문 후보자의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서 의원은 전날에도 문 후보자에게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바 있는데 친박 좌장격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로 그동안 '문 후보 지키기' 입장을 보여온 김무성 의원도 "대통령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사퇴 촉구 대열에 합류했다.

문 후보자에 대한 당내 기류가 갈수록 냉담해지자 박 대통령이 문창극 카드를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상당히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일단 해외순방에서의 외교 및 경제적 성과에 주력하기 위해 귀국예정일인 오는 21일까지 시간을 갖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려 한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언급한 것이 아닌 만큼 아직은 그 의중을 따지기는 이르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순방 뒤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 자체가 문 후보자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시그널'이란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만큼 문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주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 후보자가 청문회행을 고집하며 '버티기'에 들어가자 임명동의안 재가를 미루면서 사퇴 압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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