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시작이후 3000여회 상담 고충 해결…벤치마킹 잇따라
"이제는 살고 싶소."
영등포구에 사는 A(84) 할머니는 지난 6월 노인상담사를 처음 만났을 때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웃음기 없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고 눈동자를 심하게 굴리는 모습은 불안해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한국전쟁때 평안남도에서 피난 와 5식구의 가장으로 살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자식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세상에 대한 불신만 쌓인 것이다.
하지만 10월 중순까지 60여차례에 걸쳐 상담이 이어지자 A할머니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상담 결과 A할머니는 경제력이 없지만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제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노인 상담사는 A할머니가 '한시적 생활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매달 20만원씩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형편상 시신을 거둬둘 곳이 마땅치 않아 시신 기증을 의뢰하자 대한적십자사에서 사후 수의 지원 약속을, 보건소에서 의료 및 물품지원도 이끌어 냈다.
이봉숙 노인 상담사는 "A할머니가 '마음을 추스를 수 없어 항상 답답한 가운데 살았는데 이제는 살고 싶어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는 전국 최초로 '노인상담사 케어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11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대한노인회와 함께 자원봉사 희망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교육을 실시한 후 노인상담사 자격증을 수여하는 방식이다.
10월 현재까지 배출된 노인 상담사 195명은 영등포구가 지난 5월 서울 자치구 최초로 문을 연 노인상담센터와 독거노인 지원센터에서 1대1 방문상담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노인들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현재 경로당 방문상담 1352회, 홀몸노인 방문상담 1557회 등 총 2909회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우울증 및 치매검사 142회, 전문사례의뢰 및 서비스 연계 37회 등 성과를 도출했다.
영등포구가 민선 5기 들어 노인상담사 사업을 추진한 것은 구의 한정된 인력과 예산만으로는 노인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한계가 있어 민관 연계망 구축을 통해 '함께돌봄'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등포구 관내 노인인구는 4만2788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이중 독거노인이 22%인 9279명에 달할 정도로 복지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독거노인이 증가하면서 고독사 가능성이 늘어나는데다 가족과 동거하는 노인들에게서도 가족갈등, 학대 등으로 우울증과 자살 등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노인상담사를 통해 수혜적·문제해결적 복지에서 사전예방형 보편적 복지로 노인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피상담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고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