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청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위생원들이 2년 동안 재활용품을 분리 수거해 모은 수익금 800만원을 불우이웃 돕기에 기탁하기로 해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김용화(42) 반장을 포함한 10명의 위생원들.
8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이 근무하고 1000여명이 넘는 민원인이 방문하는 구청의 각종 쓰레기를 오전 5시부터 퇴근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분리 작업하는 일꾼들이다.
김 반장은 "처음에는 분리한 재활용품을 수거업체에 처분해도 액수가 너무 적어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세가 높아지면서 잘만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각 부서에서 가져온 재활용품이 담긴 마대에 일부 섞여있는 빈병, 캔,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 등을 재분류하고 구청 뒤편 쓰레기 집하장에 쌓인 각 부서의 종량제봉투를 쏟아놓고 그 안에 담긴 빈병이나 캔 등 재활용품을 분리했다.
대신 그만큼의 여유가 생긴 종량제봉투에 일반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김 반장 등 위생원들의 분리수거 덕분에 중구 종량제쓰레기 봉투 1년치 구입비 700여만원중 상당부분이 절감됐다.
월 1t도 안되던 재활용품 수거량도 월 2여t으로 늘어났다. 매달 30~40만원이 수익금이 들어왔다.
김 반장은 "처음엔 다른 위생원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지만 우리가 노력해 돈도 벌고 구청 예산도 절약하고 얼마나 좋으냐고 설득했다"며 "예산을 절감하는데 행정직, 기능직, 위생원들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일부 위생원들이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했지만 솔선수범해 부지런히 재활용품을 모으고 선별하는 김 반장을 보며 다른 위생원들도 같이 따라하게 됐단다.
특히 통장에 점점 쌓여가는 수익금은 이들에게 또 다른 동기가 됐다.
그렇게 오전 5시부터 퇴근 무렵까지 열심히 일한 결과 2년만에 800만원이 모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김 반장은 "솔직히 우리들이 땀흘려 모은 돈이니까 연말에 우리끼리 나눠 가질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당시 망설임을 설명했다.
이어 "경제 상황도 안좋은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겨울보내기 사업 성금으로 기탁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모았죠"며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대체인력이나 공공근로분들도 동의를 해 무척 고마웠어요"라고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위생원들의 근면과 성실로 만들어 낸 수익금은 13일 중구청 광장에서 열리는 '2012 따뜻한 겨울보내기' 모금 생방송때 기탁될 예정이다.
김 반장은 "새벽부터 출근해 매일 매일 반복적으로 분리 수거해 적립한 수익금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이게 되어 몸은 고되지만 정말 뜻 깊고 기뻐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최창식 구청장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산을 절감하고 힘들게 모은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이 분들이 중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청장으로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